“다문화라고 해서 무시하는 시선은 없어요. 칠곡은 넘버원입니다.”
중국 출신 아내와 파키스탄 출신 남편이 20년 넘게 뿌리내린 경북 칠곡군에서의 삶이 지역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까오 마령(44) 씨와 남편 소하일(44) 씨 가족이다.
까오 씨는 2003년 스물두 살 나이에 칠곡에 들어와 일터에서 소하일 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세 딸을 키우며 집을 마련한 그는 “우리 집은 애 셋 낳은 애국자”라며 웃는다.
현재 그는 우체국 소포원으로 일하며 땀 흘리는 일상을 자부심으로 받아들이고, 남편은 중고차를 파키스탄과 두바이로 수출한다.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이곳에 뿌리내렸다는 사실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 딸의 꿈은 대한민국 또래와 다르지 않다. 의사·선생님·변호사를 꿈꾸며 자란다. 집안에서는 한국어·중국어·파키스탄어가 뒤섞여 오가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치킨과 떡볶이다.
처음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시장에서 손짓으로 의사를 전하고, 낯선 음식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마을 이웃은 먼저 손을 내밀었고 친구들은 가족처럼 챙겨주었다. 까오 씨는 “이젠 한국 사람처럼 대해준다. 색안경보다 도와주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의 장점도 강조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여러 언어를 배우고, 집에서는 한국·중국·파키스탄 음식을 함께 즐깁니다. 다양함이 우리 가족의 힘이에요.”
김재욱 칠곡군수는 “까오 씨 가족은 다문화 사회가 지역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사례”라며 “칠곡군은 다문화 가정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칠곡군은 결혼이민자의 일자리와 교육, 자녀 성장, 문화 교류까지 아우르는 지원 정책을 펼치며 다문화 가정이 지역 속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