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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 잡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9-16 19:55 게재일 2025-09-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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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에게 잡혀 요리된 은어./클립아트코리아

한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 정도의 지역에만 분포하는 은어는 최대 30cm 정도까지 자라는 물고기다. 맑은 물이 아니면 살지 못하기에 조선의 선비들은 시문(詩文)을 통해 은어의 깨끗하고 정갈한 습성을 자신들의 청빈에 비유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만주 지방의 은어는 압록강에서는 사는데, 송화강엔 서식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아마도 물의 맑고 탁함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낚시 고수는 생물학자 이상으로 은어의 이동 경로를 잘 파악하고 있다. 강태공들에게 최고의 손맛을 선사하는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매년 4~5월은 바다에서 월동한 은어가 하천으로 올라오는 시기다. 9월이면 산란을 하고, 알을 낳은 은어는 한 마리 빠짐없이 죽는다. 생사(生死)의 덧없음을 미물도 보여주는 것.

 

은어를 잡는 독특한 낚시 방법은 여러 번 들어도 들을 때마다 흥미롭다. 하천 여울진 곳에 영역을 형성해 일정 구역에서만 활동하는 은어는 동족이지만 다른 은어가 자기 구역에 드나드는 걸 반기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은어 잡는 법은 아래와 같다.

 

일단 은어 한 마리를 잡아 그걸 낚싯줄에 묶는다. 그 줄에 여러 개의 낚시 바늘을 주렁주렁 매단다. 아직 죽지 않은 은어를 포획한 곳과 다른 구역에 던져 놓으면 그 은어를 쫓아내기 위해 다른 은어들이 몰려들고, 당연한 수순처럼 낚시 바늘에 여러 마리의 은어가 걸린다. 은어를 미끼로 은어를 잡는 것이다. 

 

이 기상천외한 은어 낚시 방법을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라 불러도 좋을까? 만약에 조선 선비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어째서 청류귀공자를 오랑캐에 비유하는가”라며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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