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에서 연예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주류 패키징이 20·30대의 음주 의향을 크게 높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 절반 이상은 현행 주류 광고 및 경고 문구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수행한 ‘주류 광고 및 주류 패키징 규제 강화 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4.4%가 “‘TV 방송의 음주 장면’을 보고 술 마실 의향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귀여운 주류 패키징(26.6%)과 캐릭터 굿즈(20.9%) 역시 음주 의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20·30대는 모든 항목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젊은 층이 주류 마케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근 주류 업계가 방송 규제를 피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광고와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방송광고 시간을 제한하고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의 주류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대 소비자 대상 심층 인터뷰(FGI)에서도 팝업스토어·이벤트·옥외 광고 등이 가장 인상 깊은 주류 광고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음주하는 장면이 음주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주류 및 광고업계 실무자들은 “국민건강증진법의 ‘음주 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이라는 규정이 모호해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구체적 예시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8개국 조사에서는 대부분 정부 규제와 업계 자율규제를 병행하며 디지털 마케팅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용기 건강 경고 라벨은 한국과 아일랜드(2026년 시행 예정)가 의무화했으며 캐나다·노르웨이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연구팀은 국내외 현황과 국민 인식을 토대로 온라인·오프라인 마케팅을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주류 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주류 취약계층 보호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법 개정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