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발물 수색 했지만 없는 것으로 결론···협박글 작성 인물 추적 중
15일 오전, 10년 전의 따뜻한 약속이 공포로 얼어붙었다.
10년 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다큐 3일’의 특별한 재회를 위해 수백 명의 시민이 모인 안동 구역 광장에, 폭발물 설치 협박 시건이 발생해 현장이 일시적으로 통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15년 방송된 ‘다큐 3일-안동역 편’은 당시 폐역을 앞둔 구)안동역의 마지막 3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였다. 방송 말미, 혀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두 대학생과 제작진은 “10년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겼고,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리고 2025년 8월 15일, 그 약속을 기억한 시민들과 방송 관계자, 그리고 원래 출연자들이 다시 안동역 광장에 모였다. KBS는 이를 기념해 ‘다큐 3일’ 특별판을 촬영 중이었으며, 현장은 감동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오전 7시 37분쯤 유튜브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올라온 한 줄의 메시지가 모든 분위기를 뒤바꿨다. ‘폭발물을 터트리겠다’는 협박 글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안동경찰서는 즉각 초동 대응팀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어 경찰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구역 광장을 봉쇄하고 정밀 수색을 벌였다.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인근으로 대피했고, 촬영은 중단됐다.
약 2시간 반의 수색 끝에 경찰은 구)안동역에 폭발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오전 10시 20분경 현장 통제가 해제됐다. 경찰은 현재 협박 글을 작성한 인물의 IP 추적을 통해 신원을 파악 중이며, 공중협박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위협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해당 죄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의 협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10년 전 방송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오늘을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런 협박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감정을 짓밟는 행위”라며 분노를 표했다.
한편, 10년 전 ‘다큐 3일’에서 10년 후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대학생들은 이날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