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민심은 뒷전… 고성·몸싸움으로 얼룩진 ‘국힘 TK 합동연설회’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5-08-10 19:49 게재일 2025-08-11 4면
스크랩버튼
대구 엑스코 모인 당원 3000여명
TK 위한 정책비전 없고 탄핵 공방
전한길 등장 ‘배신자’ 구호 유도 등
찬탄·반탄 지지자 충돌 ‘아수라장’
전당대회 주역 후보들 존재감 실종

Second alt text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첫 합동연설회가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으로 나뉘어 상대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면서다. 특히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임에도 TK지역 유권자들의 삶과 밀접한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텃밭 민심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TK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탄핵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합동 연설회가 8일 대구 북구 엑스포에서 당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2일 최종 선출되는 당대표 선거는 반탄파(김문수·장동혁)와 찬탄파(안철수·조경태) 2대 2구도로 치러진다. 이날 연설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등장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전씨는 찬탄 후보의 연설 도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고, 일부 당원이 전씨에게 항의하면서 당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전씨는 반탄 후보가 연설할 때는 “잘한다”고 외친 반면, 찬탄 후보가 연단에 오를 땐 “배신자”라고 고함쳤다. 주변 당원들도 전씨의 구호 유도에 환호하며 함께 외치기도 했다. 

더욱이 후보들도 첫 연설에서 TK를 위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전씨를 비롯한 ‘윤어게인’ 세력을 포용할지를 두고 공방만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후보는 “우리 당 국회의원 107명이 더는 분열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고 이재명 총통은 4년 연임제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할 것”이라며 “이재명 독재를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우리는 손을 잡고 국회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이재명 독재 투쟁’을 전개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부끄러운 것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을 향해 ‘극우다, 혁신의 대상이다’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라고 41%의 지지를 모아줬지만, 여전히 싸우지 않고 윤 전 대통령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만 하지만 극단적인 선동가들 앞에서 굽실대지 않는가”라며 “지역민들이 모아준 자산을 탕진하고 파산시킨 분들이 ‘내가 이재명 민주당과 더 잘 싸울 것’이라며 소리치고 있다”고 반탄파 후보들을 비판했다. 

조 후보 역시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진다”며 “아직 우리 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분열 없는 통합을 강조한 반면에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소위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과 인적 쇄신을 촉구한 셈이다. 1년 전 전당대회 당시 당권주자들이 TK신공항, 미래산업 육성, 지역 균형발전 등 지역 현안을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이날 연설회는 후보들이 아닌 전씨에 집중됐다. 전씨 행동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김천)는 전씨 등 대의원 자격 없는 인사의 전당대회 행사 출입을 금지하는 동시에 전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후폭풍 역시 전당대회 주역인 후보들이 아니라 전씨가 중심에 선 양상이다. 전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하자 당 대표 후보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쇄신 경쟁은커녕 ‘전한길 블랙홀’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당이 일부 인사에게만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은 명백히 미흡했다”고 했고, 장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찬탄파인 안 후보는 “송 비대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한길 논란에 대해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전씨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 후보도 “합동연설회 훼방꾼 전한길을 출당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정치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