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사고 조사단 원인 분석 결과 수문 고장으로 3%만 겨우 열고 쓰레기 거르는 제진기도 미작동 배수시스템 관리 이원화 늑장대응 방재시설 점검·인력보강 등 시급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원인은 겹친 총체적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은 4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단 침수 원인분석 결과’브리핑에서 “수문 고장, 제진기 늑장 가동 등 시설 문제와 관리 주체 소통 부재로 인해 침수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직관로 수문의 경우 평상시나 강우 초기에 마을의 우수를 금호강으로 직배수하기 위해 100% 개방해야 하지만 수문 고장으로 지난달 7월 11일부터 3.18%만 개방된 상태로 운영돼 배수능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배수로 제진기(배수펌프로 유입되는 쓰레기 등을 걸러내는 기기)가 막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직관로 수문 고장 때문에 직관로를 통해 배수돼야 할 물이 일시에 제진기 입구로 유입되면서 제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
또 당시 펌프장 수문 1개가 고장으로 닫혀 있었고 게이트펌프(수문에 달린 펌프) 1개도 고장으로 철거된 상태였던 점, 고지대에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고지배수로 입구의 침사지 운영 방식이 설치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 등도 사태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노곡동 배수시스템의 시설물 관리 주체가 일원화되지 못한 점이 침수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빗물 펌프장과 고지배수로 등 노곡동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북구로 나뉘어져 운영·관리 일관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직관로의 수문이 고장으로 배수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대구시와 북구가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이날 긴급히 시행해야할 조치와 단기, 중기 및 장기대책도 제안했다.
긴급히 시행해야할 조치는 8월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비해 △방재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 △고장 난 시설 보강 △우기 중 침사지의 수문 폐쇄 △고지배수터널 유목 유입 방지시설 보강 △펌프장 관리 인력 보강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노곡동 배수펌프장이 수동으로 운영됨에 따라 펌프장 가동 및 운영체계, 인력배치 등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 및 검토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침사지 우수 흐름 체계 개선과 노곡지구의 방재시스템 보강·개선, 통합관제시스템 체계화를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에 134㎜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이 2시간여 동안 침수돼 상가 20곳과 주택 5채, 차량 40대, 이륜차 1대가 피해를 입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