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연구원, ‘경북형 가정의례준칙’ 제안··· 선언적 지침 넘어 제도·공공시설 연계 필요
혼례에 5000만 원, 장례에 1300만 원.
과도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국민의 가정의례 실천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경북연구원이 지역 실정에 맞춘 ‘실천형 가정의례준칙’ 마련을 경상북도에 제안했다.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이재필 연구위원은 7월 1일자 발표 보고서(GDI Issue Report)에서 “기존 여성가족부의 건전 가정의례 준칙은 선언적 지침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라며 “경북도가 실천할 수 있고 제도와 연계된 지역형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혼례의 평균 비용이 약 5000만 원에 이르고, 1인당 부담도 2000만 원 이상으로 청년층의 혼인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례 역시 평균 1300만 원이 소요되며, 도내 절반 이상의 시군이 공영장례식장을 갖추지 못해 고비용 민간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례는 평균 20종 이상의 제수품과 복잡한 절차가 여전하고, 이를 간소화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가족 간 갈등이나 사회적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민 체감형 체크리스트와 의례별 절차 매뉴얼, 비용 가이드를 포함한 실천형 준칙을 경북도가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식비용 상한 가이드, 예단·예물 간소화 항목 제시, 공공예식장 활용 확대 등을 포함한 혼례 분야 개선책이 포함됐고,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G.B. Modest Wedding)’을 브랜드화해 공직자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상례와 제례 항목에서도 공영장례식장 설치 확대, 간소 제례 안내서 보급, 지역 특산물 활용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천력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 지자체별 평가제, 실천 기관 지정과 보조금 차등 지급 등 행정 기반 정비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가정의례준칙의 날’ 제정, 학교 교육과 연계한 캠페인 운영, 실천 사례 콘텐츠 제작 등의 문화적 확산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연구원은 안동·성주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실천율 변화와 제도 수용도를 분석해 단계별로 확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가정의례법’ 개정, 다국어 지침서 보급, 다문화가정 수용성 확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필 연구위원은 “기존 지침이 계몽적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공공 인프라와 제도를 기반으로 한 실천형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경북이 선도 모델을 구축하면 타 시도와 중앙정부로의 확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 수용 여부에 따라 이번 제안이 국내 의례 문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경제의 한 전문가는 “적어도 경북지역에서는 누구나 공공시설 기반을 활용해 ‘실속형’ 관혼상제를 치루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지금처럼 과시용·체면치레용 행사를 위해 관혼상제를 타지역에서 해야하나 하는 걱정이나 주변를 의식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 제도는 지역내 혼인율 제고나 청년인구 유출 억제 등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