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은 핵 관련 시설이 있다고 의심되는 이란의 세 도시를 폭격했다. 땅 속 깊숙이 들어가 모든 걸 파괴하는 이른바 ‘벙커 버스터’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지닌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괴롭히던 핵 위협을 제거했다”고 큰소리쳤지만, 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란의 핵 시설 대부분은 아직 무사하다고 한다.
지구 위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고성능 미사일을 쏟아 붓고도 목적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 외에도 다른 문제가 더 있다.
미군이 폭격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 이스파한이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절반 이상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기에 표적으로 지목됐을 터.
이스파한은 수백 년간 부침을 지속한 사파비 왕조의 수도다. 이맘광장 주위로 화려하게 솟은 자메 모스크와 알리 카푸 궁전은 이슬람 건축양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앞으로도 보존돼야 마땅할. 그건 미국 것도 아니고, 이란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또한, 이스파한엔 ‘사람이 살고 있다’. 이스파한 주민의 절대다수는 난마(亂麻)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란-미국, 이란-이스라엘 전쟁과 무관한 양민들. 제아무리 최첨단 미사일이라도 오폭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는 전쟁과는 무관한 여성과 아이들이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2011년 초여름. 오렌지색 불빛이 예쁜 이스파한 카주 다리 아래서 이란의 한 사내에게 구운 닭고기와 토마토를 얻어먹었다. 기자 앞에서 커다란 눈망울을 빛내며 착하게 웃던 그의 딸과 아들이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비는 오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