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모듈 8392개 설치돼 있어 30시간 만에 진화… 재발화 반복 특화 소화 약제 없이 물 분사 대응 15곳 가동 중… 안전 재검토 필요
포항 동국제강 에너지저장장치(ESS)센터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약 30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이후 재발화가 이어지며 ESS 화재의 특성과 대응 대책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2분쯤 시작돼 다음날인 17일 오후 2시 4분쯤 초기 진화됐으며, 오후 2시 21분 소방 대응 1단계가 해제됐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간헐적인 재발화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일단 초기 진화를 한 이후에도 다시 재발화가 반복되면서 ESS센터에 보관된 배터리가 모두 연소돼야 완진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설치업체와 협력해 10분 단위로 온도를 점검하는 등 현장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실은 철골 구조의 2층 건물로 내부에는 배터리 모듈 8392개가 설치돼 있었다. 해당 ESS 설비는 2018년에 설치된 건물형 구조로 총 62.1MWh 용량의 국내 배터리 제조사 제품이 탑재돼 있다. 부산의 한 에너지 업체가 설치 및 운영 사업권을 확보해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대응은 ‘IDENTIFY(위치 확인)–SHUTDOWN(전원 차단)–WATCH OUT(위험 감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ESS를 구성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 메탄, 에틸렌 등 가연성 가스로 인한 2차 피해(폭발) 위험이 크다. 초기 진화에는 고체 에어로졸, 장기화재에는 다량의 물 분사 방식이 권장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전국에서 총 54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원인으로는 전기적 요인(14건), 기계적 요인(7건), 화학적 요인(1건), 기타 및 미상(32건) 등이다.
ESS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감전 위험, 가연성 가스 발생, 열폭주에 따른 재발화 가능성 등으로 내부 진입이 어렵다. 외부에서 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소방당국은 “현재 ESS 화재에 특화된 소화약제는 개발돼 있지 않고 다량의 물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ESS센터가 ‘렉’ 구조로 돼 있어 물이 배터리 내부까지 충분히 침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방화협회(NFPA) 855 코드는 ESS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물을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리튬이온 배터리 비상대응지침’ 또한 물을 우선적인 대응 매개체로 권장한다.
2024년 기준 포항시 남구에는 ESS를 운영 중인 기업이 19곳에 달하며, 이 중 15곳은 가동 중이고 4곳은 비가동 상태다. 지역 내 밀집도를 고려할 때 이번 화재는 ESS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