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사유재산 피해 국비 지원 안돼”… 1만1000㏊ 복구 손놓아 산불피해 공장·펜션 등 지원 제각각… 재난지원체계 재검토 목소리
10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 산자락. 두 달 전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산은 여전히 잿더미로 남아 있었다. 타다 남은 나무의 그을음 냄새만이 산등성이를 감돌았다.
그러나 복구는 도로변 일부에만 그쳐 산림의 대부분은 손도 대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림은 총 1만6000ha이다. 이 중 약 1만1000ha가 사유림이며, 그중에서도 송이버섯 생산 산지가 4000ha에 달한다.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임산물 생산지가 초토화됐지만, 실질적인 복구 작업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산림청은 민가 및 기반 시설 주변 462ha에 대해서만 긴급 벌채를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사유림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국비 지원은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 산주들은 정부가 사실상 사유림을 ‘버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퇴직 후 송이 산을 가꾸며 생계를 이어온 신두기씨(69)는 “수십 년 모은 돈을 다 쏟아부었는데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며 “사유림이라고 외면하는 건 우리를 포기한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긴급 벌채 단가는1 ha 당 약 3170만 원이다. 송이산 4000ha를 정리하려면 약 1268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산주 1인당 3억 원 이상의 자부담이 필요하지만, 피해자 대다수가 은퇴자이거나 고령 농민이어서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은 ‘송이 대체 작물 조성’을 복구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벌채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체 작물을 심을 땅 조차 마련되지 않는다. 일부 예산을 벌채 비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 지원액은 벌채 단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영덕군 관계자는 “산주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면 복구 지연은 불가피하며 2차 피해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일반 벌채비 지원을 통해 조속한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공장과 펜션 등에 대해서는 철거 비용 전액이 국비로 지원돼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울진 등 기존 산불피해 지역 조차 벌채율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업인들은 “산불은 국유림과 사유림을 가리지 않으며, 공공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며 “긴급 벌채에 한해서라도 공적 지원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이의 고장으로 불리던 영덕은 지금, 복구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재난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있다. 사유림이 방치된다면 이번 산불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