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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바라기에 교육열까지…한국 아줌마”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5-21 15:31 게재일 2025-05-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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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 너무 좋아해 한국말 배우러 유학왔다 남편 만나
대구한의대 국문과 입학 후 영남대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쳐
다문화가정 아이들 양국 문화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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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 오리리·김영진 씨 부부와 아들 김민한 군. /본인 제공

“K문화 좋아 한국말 배우러 왔다가 사랑도 가족도 얻었어요."

중국에서 유학 차 한국에 와 어느덧 19년 째 살고 있는 오리리(43) 씨는 "그때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 무작정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한국과의 첫 인연을 말했다. 그는 대구 동구에서 남편 김영진(52) 씨, 아들 민한(11) 군과 함께 살고 있다.

2006년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구한의대 국문과에 입학한 그는 이후 영남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당시엔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전공을 통해 빠르게 익힐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 씨는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 번역기도 없었다"면서 “한국어는 ‘개가 고양이와 싸운다, 개와 고양이와 싸운다, 고양이와 개가 싸운다’ 이 문장이 다 같은 뜻이지만 중국어는 단어 위치가 바뀌면 뜻도 약간 바뀐다"고 설명했다.

5월 특별시리즈 다문화가정 ‘다름을 품은 사랑·행복한 동행’

①우즈베키스탄 성아린 씨 “시끌벅적한 글로벌 우리 가족”

②중국 정준 씨, 날마다 ‘하하호호’·심심할 틈이 없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정

③베트남 쩐티이엔피 씨, “내 삶의 이유는 우리 가족·베트남 돌아갈 이유 없어”

④중국 오리리 씨, “K문화 좋아서 한국 며느리 됐어요”

⑤우즈베키스탄 이유진 씨, “조금 달라보이나요? 달라서 더 소중한 우리 가족”

이어 “특히 ‘받침’을 구분해서 발음하는 게 힘들고 존댓말도 어렵다”며 “한국어는 너무 어렵지만 배우면 배울 수록 더 재밌고 매력적인 언어”라고 평가했다.

그의 한국 생활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은 건 대학 교수님의 소개로 남편 김영진(52) 씨를 만나면서부터다. 

오 씨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처음 만난 사람과 많이 어색한데 남편은 서른이 넘어 늦은 나이에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면서 “교제할 때 일상적인 대화만 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말에는  맛집 찾아 다니고 평범하게 데이트 하다 정신 차려보니(?) 신부 입장을 하고 있었다”며 "2012년 12월에 혼인신고하고 2013년 4월에 한국에서 한 번, 중국에서 한 번, 총 두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난 결혼 두 번 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처음 시댁 식구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 오 씨는 “한국어를 배울 때는 표준어로 배우니 그 말이 다 인 줄 알았다"면서 “대구는 사투리도 있고 말도 빨라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나도 사투리가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 명절이면 가족 여행도 함께 가고 일상에서도 자주 식사한다"고 말했다.

오 씨는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 나오는 ‘K아줌마’의 모습에서 자신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아들바라기'에다 남편과 아들 공부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자식 교육에 매우 열성적이고 내 이름보다 ‘민한이 엄마’로 불리는 게 더 좋은 한국 아줌마 다 됐다”고 미소지었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오 씨는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잘해준다. 지금처럼만 변함없이 대해주면 더는 바랄게 없다”고 했다.

중국어 학원 강사로도 일했던 그는 현재 통번역 관련 회사에 근무 중이다. 한국 사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그는 “가까운 나라지만 문화는 참 다르다”며 “중국과 한국이 서로 더 잘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양국 문화를 동시에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계 시민 교육’이 강화되길 바란다. 오 씨는 “두 나라의 문화를 아는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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