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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찬가

노병철 기자
등록일 2025-04-24 18:38 게재일 2025-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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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수필가

 안동 임청각(臨淸閣)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 및 정비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2025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문화재청, 경상북도, 안동시는 중앙선 철로 개설로 훼손되기 이전의 임청각과 그 주변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 정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1763년 허주 이종악이 발간한 문집 ‘허주유고’ 속 그림인 ‘호해람’, 1940년을 전후하여 촬영된 사진과 지적도 등 고증이 가능한 자료를 근거로 계획을 마련했다.

임청각은 단순한 99칸짜리 민가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합의로 추대된 민족의 지도자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았던 애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9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역사적 장소다. 이러한 이유로 임청각의 복원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상룡 선생은 고성 이씨 집안 출신으로, 최근 안동 고성 이씨 가문에서 ‘음식절조’(飮食節造)라는 귀중한 책이 발견되었다. 이 책에는 다른 옛 조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술 제조법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향온주, 하일주, 보리청주, 자하주(紫霞酒) 등 다양한 전통주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어 앞으로 고성 이씨 가문의 전통주가 새롭게 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하주는 한 번 마시면 몇 달 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신선의 술로, 유하주(流霞酒)라고도 불린다. 이 술은 신선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북 무주의 한풍루라는 전각에서 처음 접했다. 그런데 이 술이 안동에서도 빚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자료를 뒤지다보니 김만중의 ‘구운몽’에도 자하주가 나오고 작자미상의 한문소설 ‘운영전’에서도 자하주가 나온다. 그럼 남해에도 자하주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된다. ‘춘향전’을 보면 월매가 춘향과 이도령을 엮으려고 술상을 보는데 여기에 나오는 술 이름을 보면 자하주가 나온다. 춘향전의 고향은 남원인데 남원에서도 자하주가 빚어진 모양이다. 대한민국 온 산천에 산신이 산다고 하니 산신이 곧 신선이라 보면 이 나라 삼천리강산 곳곳에 자하주가 있다 해도 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조선 시대 성리학의 대표적인 인물인 일두 정여창과 옥계 노진을 배출한 함양 개평마을에 들렀다.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양반들도 명함 꺼내놓기 힘들었다는 이 마을을 ‘좌 안동, 우 함양’이라 불릴 만큼 지위가 높았었다. 개평마을에 와서 ‘솔송주’를 한 병 샀다. 일두 선생의 16대손 며느리 박흥선이 빚는다는 전통주라고 한다. 

사실 솔송주 역시 여러 군데서 만들고 있는 술이지만 그 집안의 독특한 비법이 어떤 맛을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하기에 호기심 반으로 호기를 부렸다. 당시 일두 선생은 술을 마시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아 선생 시절에 만들어진 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별로 따질 생각은 없다. 지방마다 특색있는 술맛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충남 서천군 한산의 ‘한산 소곡주’, 평안도 전통 주 ‘문배주’ 충남 면천의 ‘두견주’, 경주 교동 최씨가의 ‘법주’ 등고 같이 또 다른 전통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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