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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보호·치안 안정은 뒷전… 단속만 올인

장유수 기자
등록일 2025-04-20 10:38 게재일 2025-04-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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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경찰 고강도 반복 단속에 산불 피해 군민들 ‘피로감’
“실적 쌓기 행태” 빈축 … 경찰 “음주운전 예방 정례 단속”

잿더미 속에서 삶을 추스르기도 전에 음주 측정기부터 들이댔다. 영양군이 산불로 인한 재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고통이 찾아 왔다. 

 

20일 영양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영양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고, 산림 5000ha, 주택 111동, 농가 579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아직 복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피해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 임시 숙소를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말 그대로 ‘전시상황'이나 다름없는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된 이곳에서 이재민 보호와 지역 치안 안정에 힘을 보태야 할 경찰이 지난 10일부터 주민들을 상대로 열흘이 넘는 ‘상식 밖’의 음주단속을 벌이며  ‘복구는 외면, 통제는 과잉’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최근 오전 8시 30분 영양군청 앞 출근길, 오후 점심시간엔 면 단위 주요 삼거리, 저녁 귀가 길엔 읍내 중앙통 사거리 등에서 무작위로 음주단속을 집중적으로 벌이면서 하루 2~3차례에 걸쳐 사실상 ‘상시 단속’ 체제를 가동 중이다.

 

문제는 단속 방식이다. 

예방적 계도나 불시 단속 수준이 아니라, 마치 ‘걸리기만 해보라’는 식의 고강도 반복 단속을 하면서 경찰권 남용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태는 단속이 아니라 실적 쌓기”라며 “피해 군민의 아픔을 외면한 기본적인 공감 능력조차 없는 치안기관의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영양 경찰은 “음주운전 예방 차원의 정례 단속”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서는 전혀 다르다.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 조차 쉴 틈을 주지 않는 단속 행태에 군민들의 상실감과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4일 장날을 맞아 고추모종을 사기 위해 읍내 농약방을 방문한 한 주민은 “가는 길에 단속하고, 오는 길에 또 단속했다”며 “농자재를 실은 차량들이 단속에 걸려 줄줄이 정차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산불 피해 복구도 채 시작되지 않았는데 경찰은 사람 잡기에만 열중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의 과잉 단속은 군민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반(反)시민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과잉 단속이 영양경찰서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며 일각에서는 이를 ‘영양군민을 향한 계엄령’이라 부르며 격앙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재난의 현장에서 필요한 건 단속이 아닌 위로와 지원”이라며 경찰의 통제 중심 행정이 아닌 최소한의 공감과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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