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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중심으로 소련 붕괴의 순간 재구성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4-10 19:26 게재일 2025-04-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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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의 순간’<br/><br/>블라디슬라프 M.주보크 지음<br/>위즈덤하우스 펴냄·인문
신간‘소련 붕괴의 순간’은 고르바초프의 리더십과 정책 실패가 소련의 자멸을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현재 러시아는 제국주의의 망령을 좇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지난달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사건의 일러스트(PG). /연합뉴스 정연주 제작

미국과 러시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의 개입으로 휴전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푸틴의 시간 끌기로 인해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유럽군의 주둔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이해하기 위해 소련 시대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간 ‘소련 붕괴의 순간’(위즈덤하우스)의 저자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런던정경대 교수(국제사)는 30년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련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소련 붕괴의 원인을 단순히 불가피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붕괴의 순간을 재구성한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은 소련 경제를 무너뜨리고 민족 간 분리주의를 강화했다. 또한, 러시아의 민주주의적 포퓰리즘, 발트 3국의 독립 투쟁, 소련의 재정 위기 등이 소련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자는 소련 붕괴를 예측할 수 없었던 다양한 우발적 상황과 인간의 이상, 두려움, 열정이 어떻게 국가 붕괴로 이어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하며, 고르바초프의 리더십과 정책이 소련의 자멸을 초래한 과정을 다룬다.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은 이데올로기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소련의 자멸을 초래했다. 경제적 위기와 민족주의의 부상, 계획경제의 구조적 결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소련은 갑작스럽게 붕괴됐다. 저자는 소련 붕괴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얽힌 정치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소련 붕괴는 미국과의 힘겨루기,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경제 위기, 민족 갈등 등 여러 조건이 한순간에 폭발하며 ‘퍼펙트 스톰’을 일으킨 결과다. 저자는 소련 붕괴가 러시아를 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이끌었으며,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2014년 푸틴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제국의 망령을 좇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적 요인과 민족적 갈등 역시 소련 붕괴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 소련의 계획경제의 결함과 고르바초프의 시장경제 도입이 경제와 재정을 파괴했으며, 다양한 민족과 종족 간의 갈등이 소련의 내부적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역사가에게 소련의 붕괴는 조각이 딱 들어맞지 않는 퍼즐이다. 퍼즐의 정중앙에는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르바초프가 자리 잡는다. 저자는 이 지도자의 성격과 리더십이야말로 소련의 해체에 관한 이야기에서 많은 조각을 짜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 15년간 모든 개혁에 저항해온 소련 지도부는 고르바초프 아래서 전 연방 규모의 경제적·정치적 변화를 개시했다. 그러나 그 개혁을 뒷받침하는 구상과 계획은 치명적으로 낡았고, 경제적으로 결함이 있었으며, 기존 경제와 정치체를 내부로부터 파괴했다. 특히나 고르바초프의 리더십, 성격, 신념, 무능력이야말로 소련 자멸의 주원인이었다.

고르바초프의 의도와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당시 소련이 맞이한 사회경제적 딜레마에 대한 균형 잡힌 탐구를 동반한 재평가를 시도한다.

경제 체계의 구조적 결함 탓인가, 민족주의 혹은 종족주의의 탓인가?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장 큰 이유는 ‘이데올로기’였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미국과 1당 독재를 기본으로 한 소련은 이데올로기만큼이나 ‘경제적인 요인’이 두 나라의 관계를 크게 좌우했다.

소련 내부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붕괴를 촉진했다. 다양한 민족과 종족이 뒤섞인 제국의 구조 속에서, 민족주의는 억눌린 감정으로 잠재돼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소련의 붕괴는 이런 개개의 요인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퍼펙트 스톰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느닷없는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를 다시 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치닫게 했다고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의 대립 구도, 내부 통제 강화 등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너무도 닮았다. 특히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다시 제국의 망령을 좇는 길로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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