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완연한 봄날이 온 듯하다. 겨울의 초입에 별안간 내려진 12·3 비상계엄령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던 나라가,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파면시키자 혼란과 불안이 종식되고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봄날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탄핵 찬반의 대치가 극에 달하고 돌연한 화마의 상흔이 참혹한 가운데 사필귀정의 결정이 내려져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제는 암울과 갈등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와 평온의 일상 속에 저마다 본연의 역할과 과업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날씨가 맑고 밝아 좋아서 청명(淸明)이라 했던가? 청명절에 날씨가 좋으면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가 수월해지고 잘돼 그 해의 풍작과 풍어를 점치며, 들판에서는 봄 논, 밭갈이를 하고 어촌에서는 그물코를 손질하는 등 본격적인 생업활동을 펼치게 된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듯이(事雖小 不作不成), 봄에 밭을 갈아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곡식이 없어 후회한다(春不耕種 秋後悔)는 의미를 되새기며 시기와 때에 맞춰 일을 하고 준비하곤 했었다.
학업의 시기도 비슷하여 때를 놓치지 않고 배우고 익혀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배워서 남주나’는 말도 있지만, 사람의 일생은 어쩌면 배움의 과정으로 다양한 학습을 통해 성장·성숙하고 나아지며, 배움을 체득하면서 결국 그 자신의 삶을 바꿀 수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배움의 모티브(motive)는 긴요하고 중대하여 어떤 계기나 기회에 배움의 실마리를 찾아 탐구하고 궁구하여 학습효과를 배가시키며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진정 의미 있고 가치로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난 주말, 포스코와 한동대가 산학협력을 통해 2년째 펼치고 있는 ‘글로벌 교육기부 프로그램 포어스 제2기 발대식’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이나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진학과 취업을 지원하는 ‘포어스(4us)’ 프로그램은 포스코1%나눔재단의 기부금과 한동대학교의 교육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고교생 멘티와 대학생 멘토의 1:1 멘토링을 중심으로 학습 및 취업 지원, 진로체험, 방학 진로캠프 등 다양한 테마로 학습활동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즉, 포어스는 서로가 만나 배우고 알아가는 성장 과정으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꿈을 구체화시키며 가능성을 열어가는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배워서 나눌 수 있고 그러한 나눔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 포어스는 배움과 깨달음으로 새로운 꿈을 찾아 함께 떠나는 가능성의 여정이다. 그것은 곧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질을 깨어 새 생명이 탄생되는 즐탁동시(<559E>啄同時)의 계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조력으로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참여와 헌신의 동시성으로 함께 성장, 변화하여 포항지역과 철강분야의 미래 인재육성에 기여하는 포어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