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도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를 놀라고 경계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 교훈을 챙기고 대비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에 전폭적으로 의존하였다. 두 대통령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면서 일방의 지원이 언제든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뜨거운 동맹이라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차가운 현실을 새삼 상기시켰다. 대한민국도 미국과 오랜 동맹관계를 가지지만, 미국이 항상 우리의 입장을 십분 지지해 줄 것이라고 여기는 일은 위험하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우리와 충분한 논의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외교전략을 수립할 때 그들의 지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각적인 외교노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이 분명해졌다.
두 지도자의 모습과 대화는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고,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입지마저 흔들게 되었다. 국가지도자의 언행은 외교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한마디의 실언이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한다. 국제무대에서의 발언은 전 세계가 듣고 분석하는 메시지가 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인도를 결정하고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년간 우리 지도자들이 해외정상들과의 대화에서 예기치 못한 논란을 빚었던 사례도 있다. 국가수반의 언행이 신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 유럽 각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들의 대화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외교적 입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한민국 역시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쪽에 의존하는 외교정책은 위험하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대화에서 보듯이,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언제든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한민국은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되, 중국,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외교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며,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자립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군사적 동맹이 실제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목격하였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만,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자체적인 방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방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외교와 군사정책을 돌아보아야 한다. 맹목적인 신뢰보다는 다각적인 외교전략을 구축하고, 자주적인 국방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