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경기 1무 4패 부진 이어지며 팬들 답답함 토로<br/>상대 변칙전술·위기상황 맞춘 ‘플랜B’ 있는지 의구심<br/>16일 전북 현대와 맞대결… 슬럼프 타개 ‘묘책’ 나와야
2025년 포항스틸러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경기, K리그1 3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하면서 시작부터 분위기가 침체돼 팀과 팬들의 마음이 무겁다. 다행히 가장 최근 경기인 3일 K리그1 대구FC와의 대결에서 0 대 0 무승부로 4연패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팬들은 왠 기대보다 우려를 더 보내고 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올들어 펼쳐진 경기 결과를 보니 영 미덥지가 않은 것이다.
스틸러스가 연패를 거듭하면서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부분은 이제 2년 차를 맞이하며 팀을 이끌고 있는 박태하 감독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의 경기운영 방식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
박태하 감독은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운영하며 공격 시에는 측면 수비 한쪽을 올린 후 중앙 미드필더인 오베르단이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박, 상대를 끌어내면 측면에서 이어진 공격을 마무리하는 형태를 가져간다. 반면 수비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를 측면수비까지 내려 쓰면서 ‘파이브 백’의 모습을 갖추는 식이다.
박 감독 부임 초반에는 이러한 전술들이 어느 정도는 먹혀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팀들이 포항의 전술을 파악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완전히 수비라인을 내리거나 중원에서 포항의 움직임을 단단히 묶어버리면서 선수들이 고립되고 공격을 이어갈 수 없는 흐름이 이어졌던 것. 실제, 그 결과는 참혹했다. 포항은 지난해 7월 28일 김천 전부터 9월 13일까지 치른 6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6연패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어진 2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잠시 희망을 보기도 했으나 그 다음 경기인 지난해 10월 6일 수원FC 전 부터 최근 경기인 올해 3월 1일 대구FC 전까지 9경기에서 4무 5패로 리그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박태하 감독은 지난해 김기동 감독의 이직으로 갑작스럽게 선임됐다. 따라서 선수단 구성과 시즌 준비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었다. 또 후반기에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빡빡한 일정으로 힘든 부분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지훈련을 포함 새 시즌을 구상할 시간이 충분했다. 정재희가 대전으로 이적한 부분만 제외하면 주축선수들도 큰 이탈이 없었으며, 박 감독의 요청으로 구간은 기존 외국인 선수인 조르지와 아스프로도 변화 없이 잔류시켰다. 1차 전지훈련에서는 외국인 선수들도 합류, 감독 입장에선 완전체의 선수단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24년 시즌 말미에 치러 진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거두며 잠시 잊혀졌던 전반적인 팀 경기 운영의 단점들이 올해 새 시즌 들어서도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대신 잔류시킨 수비수 아스프로는 시즌 첫 경기였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가와사키프론탈레와의 경기에서 어이없는 파울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고, 최전방 공격수인 조르지는 지난 시즌에 이어 골 결정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드필더 라인의 고립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베르단은 작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인정받은 선수였지만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공격부터 수비까지 커버해야 할 정도로 범위가 커지면서 체력저하가 눈에 감지될 정도였다.
측면에 몰리는 공격 루트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수비수부터 이어지는 빌드업도 상대진영으로 올라가는 압박식이 아니라 후방 진영에 내려 앉아 공을 돌리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최전방 공격수들이 아래까지 내려와서 직접 볼을 건네받아 공격을 풀어가는 모습이 수시로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상대 골문 앞까지 가기도 전에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역습 찬스를 쉽게 내주기도 하며 실점의 빌미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포항스틸러스가 뾰족한 묘수나 변화를 보여 줄 전략과 전술이 있느냐는 것이다. 팬들의 우려도 이 부분이 크다. 팬들은 박 감독의 전술에는 플랜 A만 존재하고 상대의 변칙전술이나 위기상황에서 쓸 수 있는 플랜 B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포항이 최근 선수 교체 이후 실점이 많은 것도 매너리즘에 빠진 전략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포항이 연전연패에 들어가면서 팬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인천이나 수원처럼 광적인 응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니 팬들끼리 온라인을 통해 메아리 없는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질 때 지더라도 좀 더 파이팅하고 멋진 게임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전술을 구사할 것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항은 9일(일) 예정됐던 광주FC와의 경기가 22일로 미뤄져 한 주를 쉬어간다. 광주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 일정이 K리그1 일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포항의 다음 경기는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이다.
대구 전 무승부로 한 숨을 돌린 박태하 감독은 다소 시간이 주어진 만큼 포항스틸러스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반등을 도모할 그림을 고심하며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사이 팀의 주장인 완델손이 부상을 입어 장기 이탈이 불가피해졌다는 소식이다.
과연 박 감독은 어떠한 해결책으로 이 위기를 넘어설까.
포항스틸러스에 실망한 팬들의 민심을 잠재우고 포항을 계속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등 그 모든 것들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