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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객실서 동해안 감상 포항~삼척 2시간 낭만 듬뿍

홍성식기자
등록일 2025-03-04 20:12 게재일 2025-03-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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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통 ‘동해중부선’ 타보니<br/>동해안 도시 관광 쉬워져 큰 인기<br/>18개 역주변 편의시설 개선 필요

기차, 특히 어둠 속을 달리는 밤 기차는 추억을 소환하는 낭만의 운송수단이다. 50대 이상 중년들에겐 엄마와 함께 삶은 달걀을 까먹고, 초록색 병에 든 사이다를 마셨던 유년의 기억까지 돌려주는 게 바로 기차 여행이다.

지난 1월 경북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이 개통됐다. 이로써 부산에서 시작해 강릉까지 가는 기찻길이 온전히 이어졌다.

포항에서 출발해 장사와 후포, 울진과 매화 등 18개 역을 거쳐 삼척에 가닿는 166.3㎞의 동해중부선은 개통 직후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다.

4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18만 명의 승객이 이 철도를 이용했다. 하루 평균 6000명이 넘는 숫자다. 2월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누적 이용객은 3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본지 기자는 지난 2월 28일 밤 8시26분 포항을 출발하는 ‘누리로1865’ 기차에 올랐다. 삼척역까지 소요된 시간은 2시간 9분. 이보다 빠른 ‘ITX마음’ 기차를 타면 1시간 45분이면 삼척에 도착할 수 있다.

깔끔하게 꾸며진 객차 내 시설은 ‘철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의 어느 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새로 만들어진 철길 위를 달렸기 때문인지 흔들림이나 소음도 적었다.

1~2주에 한 번쯤은 동해선 기차를 탄다는 60대 포항시민 A씨는 “소풍 삼아 울진역까지 가서 덕구온천에 들르곤 한다”며 웃었다. 그는 “퇴직한 또래 친구들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동해중부선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차엔 청년과 외국인 관광객도 드물지 않았다. 부산과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주말을 보내러 집에 갈 때 버스 대신 이 기차를 이용하는 듯했고, 독일에서 온 관광객은 “부산에서 포항과 삼척을 거쳐 강릉까지 한국의 동해안 도시는 다 가볼 것”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동해중부선이 멈추는 울진 후포는 철도 개통의 기쁨을 직접적으로 누렸다. 지난 3·1절 연휴에 열린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에 6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을 위해 후포역에서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 울진군은 “내년엔 더 많은 여행자들이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오는 14일부터 ‘영덕대게 축제’를 개최하는 영덕군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덕 역시 동해중부선이 멈추는 역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울진과 영덕, 두 지자체의 ‘대게 원조 논쟁’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해중부선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없지 않다. 18개 역 주변에 부족한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뚜벅이 여행자’를 위해 각각의 역과 관광지를 잇는 대중교통도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그 다음 단계는 각 지역별 독특한 음식과 즐길거리,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해안이 ‘오래 머물고 싶은 여행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론 보다 빠른 기차의 도입도 고려해 볼 문제다.

‘관광 경북’이란 꿈을 싣고 하루 8편의 기차가 하루도 빠짐없이 동해중부선 포항-삼척 구간을 달리고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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