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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새로운 역할, 전세대 교육

등록일 2025-02-26 20:05 게재일 2025-0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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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저출산이 한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깊어진다. 여파가 대학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신입생 숫자가 급감하고, 일부 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표현이 현실이 되어 간다. 위기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대학이 그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학은 지난 세기 동안 산업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했고, 국민의 평균적인 교육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간다. 저출산과 디지털혁명은 대학이 과거의 방식대로 운영될 수 없게 만들었다.

디지털환경의 변화와 AI기술의 발전은 산업과 직업의 형태를 빠르게 바꾼다. 한번 습득한 지식과 기술만으로 생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4차산업혁명은 누구나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지속적인 학습과 재교육이 필수가 되었다. 대학이 여전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면, 대학의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될 터이다. 대학은 ‘젊은이들의 배움터’에서 벗어나, 전 생애에 걸쳐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모든 세대를 위한 평생교육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4년제 학위중심 학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짧은 기간에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모듈형 과정과 마이크로크레덴셜(소규모 인증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성인학습자들이 언제든지 돌아와 대학의 교육과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인학습자에게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크다. 온라인과 대면교육을 결합한 유연한 학습방식이 필요하다.

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장인들이 부담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야간·주말 과정과 단기집중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변화로 인해 기존 직무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대학은 단순히 학위수여기관이 아니라 직장인과 경력전환을 원하는 이들에게 실무중심의 재교육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AI, 데이터분석, 디지털마케팅,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대학이 산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업과 협력하여 현장실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인턴십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교육과 시장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거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 ‘전세대 학습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학위를 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과 전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는 마당이어야 한다. 대학의 위기가 현실이 되었지만, 새로운 역할을 찾아간다면 넓은 기회의 터전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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