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진행된 자신의 탄핵심판 최후 의견 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은 ‘대국민 호소’라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1차 변론에서 약 40분에 걸친 최후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임기 단축 개헌’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죄송”
먼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운을 뗀 윤 대통령은 “살면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준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믿어주고 계셔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반에 사과한 후 진술을 마무리하며 국민에게 재차 사과했다.
12·3 비상계엄 두고 “나라 위기 선언하는 대국민 호소”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밝혔다고도 언급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야당 향해 “집권 연장 위해 비상계엄 했다고 주장…내란죄 프레임”
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서는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면서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라며 “거대 야당은 이러한 폭주까지도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국회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과 다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도 재차 강조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시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춰,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 거론하며 “국가 위기 알리는 목적 달성한 것”
이날 윤 대통령은 탄핵 반대 집회를 벌이는 지지자들을 언급하면서 국가 위기를 알리려던 비상계엄의 목적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면서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헌·정치개혁 의지 강조하며 “임기 연연하지 않겠다”
윤 대통령은 탄핵이 기각되고 업무에 복귀한다면 개헌과 선거제도를 통해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