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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사회

등록일 2025-02-19 19:36 게재일 2025-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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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법정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곳이다. 판사는 증거와 법리를 바탕으로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며, 드러난 거짓과 진실을 토대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오늘날 법정에서 거짓말이 너무도 흔한 일이 되었다. 피고인과 증인뿐 아니라, 심지어 법정에 선 공직자들이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공직사회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고 급기야는 국민들 사이의 관계마저 흔들리게 한다.

‘나쁜 사람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통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밝혀지는 것은 범죄자의 진실이어야 한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은 실망과 분노를 넘어 무기력감마저 느낀다. 공직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면, 사회 전체는 도덕적 타락과 윤리적 일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거짓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바로 ‘다음세대’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성실과 정직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현실에서 거짓말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본다면 그렇게 가르칠 수 있을까. 최고위 공직자들조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을 일삼고,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사람은 들은대로 배우기보다 보는대로 배운다. 결국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왜곡된 사회적 타락을 배우고 말 터이다. 사회적 진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려면, 우리는 거짓말 문제에 대해 사회적 각성에 이르러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거짓말이 구조적으로 용인되는 문화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정직한 사람이 보호받으며 거짓말이 철저하게 배격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보다 공직자들에게는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되어야 한다. 공직사회의 거짓말을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해악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만연하고 진실이 손해보는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 정직한 사람이 인정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적 관심과 집단지성에 기초한 행동이다. 거짓말이 성공의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동체의 질서와 사회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철저하게 징벌하며 진실의 가치를 되새기는 사회적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사회에 뿌리를 내리려는 탈진실의 허위를 각성하고 거짓말을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진실과 성실의 힘을 새롭게 강조하여 대한민국이 더이상 부끄러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 공직사회에는 거짓말이 절대로 통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진실에 기초한 행정행위가 공직자윤리의 기초임을 확인해야 한다. 나라의 기반이 거짓말로 흔들리는 일을 더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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