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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 龍山을 오르며?

등록일 2025-02-18 18:17 게재일 2025-02-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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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이른 봄맞이라도 하듯 야트막한 산엘 올랐다. 청하면 월포리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 나즈막한 용산으로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산중턱과 정상 부근에 군데군데 너럭바위가 있고 특히 청동기시대의 문화유산인 고인돌(지석묘)이 동쪽 등산로 초입에 있으며, 큰 암반 위에 솥모양으로 움푹 팬 솥바위 2개가 있을 정도로 신기하고 유서가 깊어 예로부터 청하 고을에서 신성시된 산이기도 하다.

용의 머리 형국을 하고 있다는 용산(龍山)은 용산으로 불러지게 된 슬픈 전설이 있는 산이다. 즉, 아주 오래 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월포리의 한 부부가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는데, 기골이 장대하고 예사롭지 않아 장차 장수가 될 아이이나 큰일을 저질러 집안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집안 어른들의 우려와 결정에 따라 더 자라기 전에 죽는 순간 그 산에 살던 용이 아들의 한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버렸다고 해서 ‘용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믿기지 않은 주술적인 전설같지만 예나 지금이나 액운타파와 벽사진경(辟邪進慶)의 마음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숨고르기 하듯이 천천히 등산로로 진입하는데 용을 연상케 하는 큰 소나무 뿌리가 투박한 모습으로 길바닥에 드러나 꿈틀대는 듯하니, 불현듯 전설 속의 승천한 용의 화신이 현상계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탄한 솔숲 주변에 2기의 고인돌을 지나서 크고 작은 소나무가 빽빽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오르니 이내 용의 머리를 닮았다는 용두암에 이르렀다.

활처럼 휘어진 월포리 해변과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작년말에 개통된 동해중부선 철도가 너른 들판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며 힘차게 뻗어 있다. 그 옆으로는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인데, 올해 말 개통되면 동해안을 잇는 교통망·관광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북서쪽으로는 멀리 정상 부근에 잔설이 희끗한 내연산~천령산~삿갓봉의 연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청하읍내가 손에 잡힐 듯 정겹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또한 동쪽으로는 지척의 이가리 해안선 너머 호미곶 반도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용산 정상에서는 결코 조망할 수 없는 탁 트인 전경이 발 아래에 그림처럼 펼쳐지니, 과연 전설이 깃든 용산에서 용 한 마리를 타고 천하를 유람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해발 200여 미터의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곳곳에는 너럭바위 등이 자리잡아 승천을 준비하는 교룡(蛟龍)의 억센 근육처럼 여겨졌다. 순탄한 둘레길 언저리에는 멸종 위기 종인 망개나무 덤불이 빨간 열매로 산객을 반기고, 진달래는 멀지 않은 날의 개화를 준비하는 듯 작은 망울을 내밀며 부풀고 있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臥死步生)고 했던가. 몸을 움직여 걷고 뛰거나 함께 어울리다보면 저절로 생기가 나고 활력이 감돌 것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산보하듯이 산길을 걸으면 이것저것 보이고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많아져서 산행 그 자체가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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