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경제불안정에 치솟는 ‘금값’… 1년새 70% 올랐다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02-12 18:13 게재일 2025-02-13 7면
스크랩버튼
20년후면 더이상 채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시가 약 6억원 상당의 순금 1kg짜리 금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금을 재테크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언제나 부(富)나 권력, 고귀한 금속을 상징해온 황금(黃金·Gold). 금이 지구상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시세가 변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환율·금시세 상승 등 복합적 요인

1년동안 원달러 환율 8.23% 상승

달러 강세 속 수입원가 크게 올라

불안정한 시국, 재테크 수단 작용

현재 매장량·채굴 금의 양 한정적

미래엔 금 자원 고갈될 가능성도


□ 국내외 금값, 사상 최고

지난 5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국제 금가격은 1트로이온스(troy ounce는 국제 귀금속 거래단위. 국제무역표기는 XAU. 일상에선 oz, toz, ozt로도 표시하며, 무게는 31.1034768g)당 2,893.00달러로 마감됐다. 작년 2월 5일 2,042.90달러에 비해 1년간 국제 금값은 38.97% 올랐다.

국내금거래소의 그램(g)당 금값은 같은 기간 87,050원에서 147,820원으로 69.81%나 올랐다.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더 오른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국제 금거래는 달러로 이루어져 수입대금을 지급할때는 원/달러 환율도 수입원가에 영향을 준다. 같은 기간동안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335.50원에서 1445.50원으로 1년간 8.23% 상승했다. 단순 환율 상승분만 봐도 국내 금값이 더 오른 셈이다. 금값에는 환율은 물론 다른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무게단위로 금괴를 녹여 만드는 비용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1964년 1월 1일부터 일제 때의 척관법을 폐지, 무게 표준을 1근(=16량)당 600g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1량(兩)은 37.5g, 1문(匁)은 3.75g, 1분(分)은 0.375g이 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1돈은 1문(3.75g)의 무게와 같다. 순금은 골드바 등에 999.99처럼 1000분위로 각인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금의 원소기호(Au)를 붙인 천분율을 쓰기도 한다. 해외에서 Au750라 적힌 금이면 국내의 18K 즉 75%의 순금 함유량과 같다. 합금의 품위는 퍼밀(‰)이나 캐럿(K)을 주로 이용하는데 한국에서는 24분위가 익숙하다. 순도 100%에 가까운 순금이면 24K 또는 K24다. 금은 무르기에 강도가 센 세공품일수록 합금의 비중이 늘어난다. 금화는 90% 순도인 21.6K(금 90%), 의치는 20∼22K(금 83.3∼91.7%), 장신구는 18K(금 75%), 금 펜촉은 14K(금 약 58.3%) 등 K표시 수치가 24보다 낮을 수록 순금함유량은 낮아진다.


□ 금값이 오르내리는 이유

장기적인 추세로는 과거보다 금값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연간 단위로 평균가격을 보면 전년대비 하락한 적도 많고 일별, 월별로 보면 주식 이상으로 금값의 변동 진폭이 매우 높은 것에 놀라기도 한다. 개인이 재테크로 금을 사고 팔때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 금값은 오르고 내리는 걸까. 금시세(가격)는 시장(국내외 금거래소)에서 사자(매입), 팔자(매도)라는 수요(사는 물량)와 공급(파는 물량)이 일치(균형)할 때 정해진다.

경매처럼 어떤 요인으로 그 가격이라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호가가 오르고(공급물량 부족), 반대라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국제금거래소의 시세를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세계 곳곳에서 시시각각 생겨나 가격이 오르내린다. 금의 최대 공급처는 금광이다. 수요가 그대로여도 기술혁신으로 새 금맥을 찾거나, 포기했던 금광이라도 채산성이 생기면 생산량이 늘어 금값의 하락요인으로 작동한다. 수요(소비)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금을 보유하기 시작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금소비가 늘면서 금값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금거래소의 금 수급과 관련되는 전 세계의 금의 생산과 소비 실태를 알아보자. 지난 1월 31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광물요약보고서(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말 세계 금매장량은 전년(5만9000t)보다 5000t 증가한 6만4000t이었다. 2024년 세계 금생산량은 3300t. 만약 매장량이 그대로고 작년만큼 매년 금을 캐낸다면 19년 후면 지구에서 캐낼 금은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매장량은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채산성이 있어 채굴 가능한 물량을 말한다. 미래에 획기적인 기술혁신으로 그동안 캐지 못한 금을 채굴할 수도 있다. 지금도 산업폐기물이나 사용한 귀금속을 도시광산 등에서 재추출하여 생산되는 금도 적지 않다. 2021년 세계 금생산량이 3700t, 도시광산에서 추출된 금생산량이 1200t이었으니 적은 양은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바닷물, 공장오염폐수, 온천 등지에 함유된 금의 추출기술을 연구중에 있으나 아직은 채산성이 없다고 한다.


한편, 2024년 중 글로벌 금소비(거래소의 펀드나 투자기관 거래 제외) 비중은 보석류 45%, 중앙은행 등 21%, 금괴/골드바 제작 19%, 주화/메달 등 7%, 전기·전자제품 등 산업용 6%, 기타 1% 순이었다.

각국 중앙은행 등이 생산된 금의 21%나 산다니 놀랍다. 세계금협회(WGC·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24년말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금총량(약 17만~21만t 추정)중 약 4분의 1을 외환준비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고, 보유량은 3만6213t이라고 한다.

한편, USGS의 보고서에 나타난 2024년 세계 금생산량 Top 10 국가는 중국(380t), 러시아(310t), 호주(290t)순이었고, 매장량은 러시아와 호주가 나란히 1만2천t으로 공동 1위, 이어 남아프리카(5000t) 순으로 많았다.

그러나 금값은 단순하게 물량 변화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의 변화가 다양하고, 그 요인들은 때에 따라 단독 또는 같이 뒤섞이며 금시세를 요동치게 만든다.


□ 금의 수요공급에 영향 주는 요인

①달러화의 가치

국제적인 금거래는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다른 나라의 통화환율이 상승해 수입가를 높여 비싸져 수요를 감소시키고 금값의 하락요인으로 작동하기 쉽다. 반면, 달러가치가 내려가면(상대국통화 환율 하락) 상대적으로 금값이 싸게 느껴져 금수요가 증가하면서 금값을 상승방향으로 유도한다. 달러화가치와 금가격은 역방향이지만 꼭 이 요인만으로 금값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②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금은 안전성, 환금성 모든 면에서 ’안전자산’이지만 금을 보관만 하면 별도 소득(예: 이자소득)은 없다. 예금 금리가 높고 금가격이 안정적이면 이자소득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커져 금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은 하락방향으로 작동한다. 중앙은행이 금융완화로 정책금리가 저금리 기조로 유지되면 통화량 증가, 통화가치가 하락,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져 금값은 오르기 쉽다. 고금리국면이면 반대로 움직인다. 이 또한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일례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한국 등 중앙은행이 고금리정책을 펼쳤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상승요인)가 고금리(하락요인)를 이겼다.

③인플레이션

금 자체가 실물가치를 지니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발생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라면 하락압력으로 작동한다.

④지정학적 리스크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정치, 군사,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생존까지 위협을 받게되면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는 치솟는 경향을 보인다. 국외를 나가 세계 어디서도 환금성이 보장되는 신뢰성 높은 세계적인 통용화폐(달러화보다 더 높은 신뢰성)로 지구촌 사람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⑤세계 경제정세

세계적인 경기감속, 금융불안이 확대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을 찾는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일 때보다 불안정할 때, 금값이 오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금년들어 금값이 오르는데는 도널드 대통령도 한몫 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도표=김진홍경제에디터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