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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상주 사설의료국 ‘존애원’소설로 부활

곽인규기자
등록일 2025-01-13 12:15 게재일 2025-0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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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이후 처참했던 백성들의 삶과 구료제민 이야기 담아
하용준 작가.
하용준 작가.

존심애물(存心愛物)의 정신이 깃든 상주 ‘존애원(存愛院)’이 대하소설로 부활했다.

최근 출간된 소설 존애원(전2권)은 하용준 작가의 작품으로 상주시가 제작을 지원했다.

세계 최초의 민간 무료 의료기관이라 할 수 있는 존애원의 역사 속 실존 의원들의 헌신적 구료활동을 담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존애원은 경북 상주시 청리면 율리에 있다.

임진왜란 직후 경상도 관찰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정경세가 지역 양반들의 모임인 낙사계 계원들에게 제안해 주도적으로 추진해 설립했다.

송나라 사상가 정호의 글에서 ‘존심애물(存心愛物:타인을 사랑하는 데에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넉 자를 따와 존애원으로 명명했다.

계원들 각자 처지에 맞게 재물을 출자해 건물을 신축하고 곡식과 약재를 마련한 뒤 당대 명의로 알려진 성협을 초빙해 존애원의 당임으로 삼았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휼하고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줬다.

소설 존애원 표지. /상주시 제공
소설 존애원 표지. /상주시 제공

하용준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면밀한 자료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존애원의 설립과 운영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임진왜란 이후의 열악하고 긴박했던 백성들의 실상을 사실감 있게 재현해냈다.

액자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소설은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교차로 배치하는 독특한 서사적 기법을 통해 원고지 3000 매 분량의 내용을 흡인력 있고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고 있다.

소설은 조선 중기 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극적이고 다채로운 의술 활동을 통해 궁중 의술과 약재 거래, 지방 의생들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고 신비로운 한의학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존애원은 질병 앞에 무방비 상태였던 상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생적으로 탄생한 사설 의료국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독보적이다.

백성들은 존애원에서 굶주림과 아픔을 달랬으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소설을 통해 마주하는 구료제민의 역사 현장은 오늘날 또 다른 의미에서 어려운 의료 현실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과 의미를 안겨준다.

하용준 작가는 “사설 무료 의료시설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존애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보다 앞선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위대한 국가적 역사문화유산”이라며 “그러므로 마땅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국가 차원에서 존애원과 그 설립 이념인 존심애물의 정신을 널리 홍보하고 교훈으로 삼는 일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한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

/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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