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리더란 무엇인가’<br/><br/>모식 템킨 지음·어크로스 펴냄·인문
리더가 역사를 만드는가, 아니면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 경제가 주저앉았을 때 필요한 리더는 누구인가? 사회를 개혁하려면 기성 권력과 협상해야 하는가, 맞서 싸워야 하는가? 독재자의 폭정에 도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똑똑했던 리더가 어리석은 무리수를 두는 맥락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역사는 어떤 가르침을 주는가?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어크로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모식 템킨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전 세계의 미래 지도자들을 가르치며 리더십에 관한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질문들을 탐구해왔다.
이 책은 템킨 교수의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쓰였다. 90여 년의 전통을 지닌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을 배출한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손꼽힌다.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는 더욱 풍성해진 사고실험과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리더들이 더 나은 선택, 최선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는 특히 극심한 경제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리더의 정치적 이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가다. 저자는 대공황 시절 미국을 이끈 두 대통령에 주목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 만에 뉴딜을 비롯한 76건의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했고, 초고소득층에게 최대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급진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허버트 후버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한 대통령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후버는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에 무력 진압으로 일관했고,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는 등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거나 인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저자는 리더로서 후버와 루스벨트의 성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위기 대응 방식과 공감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민심 앞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화답할지, 이들의 생계에 얼마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행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짐승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리더는 유산을 남긴다. 영국의 전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대처주의(Thatcherism)로 유명하다. 대처주의는 정치적 노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에 가까우며,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으며 오직 개인과 가족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그녀의 유산이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담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한편, 이렇다 할 대의나 사명감 없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 같은 사람도 있다. 맥나마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는 자신의 장기인 데이터를 앞세워 확전을 밀어붙였고, 이후 그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정권 유지와 명성을 지키고자 임기 내내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을 일삼았다. 그 결과 베트남전쟁으로 5만8000명의 미군과 300만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역사 속 리더들의 유산을 면밀하게 탐구한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떠한 사명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지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
“훌륭한 공직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공직자는 그 자신이 세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직자는 그게 국민을 위하는 길일 때만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것이 바로 공직자가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다.”-456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