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br/>이달말 향토지 ‘호미곶’ 발간 앞둬<br/>저자 향토사학자 박창원·이재봉 <br/>지명의 유래 왜곡 실태·변천사 등 <br/>인문학가치 높은 다양한 자료 제공
포항은 일출의 고장이다. 포항의 역사, 문화를 언급하자면 해와 달의 정기를 받은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일출의 고장 호미곶 해맞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호미곶은 그 명성에 비해 인문학적 자료가 태부족해 지역 향토사학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가 이달 말 향토지 ‘호미곶’을 발간할 예정이어서 지역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호미곶, 오지서 관광명소로 부상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의 동쪽 오지이자 포항의 오지였던 호미곶(虎尾串)이 지금은 포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2000년 1월 1일, 제1회 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린 이후 매년 대규모 해맞이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1908년 건립된 호미곶등대를 비롯해 2000년에 상생의 손, 새천년기념관, 국립등대박물관 등의 관광자원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변모했다. 오랫동안 장기갑 또는 장기곶으로 불리던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라는 의미가 담긴 ‘호미등(虎尾嶝)’이라는 이름에 근거해 2001년 장기곶등대를 호미곶등대로, 2010년 대보면을 호미곶면으로 바꾸면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관련 자료 부족 및 왜곡 정보 문제
호미곶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지역에서 호미곶에 관한 자료는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조선시대 동을배곶에서 동외곶, 장기압·장기갑, 장기곶을 거쳐 오늘의 호미곶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돼왔다.
더욱이 호미곶과 관련해 왜곡된 정보가 사실처럼 통용되는 것도 문제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가 이곳을 호미등이라 불렀다는 설이나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 이곳을 일곱 차례나 답사했다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한반도 지도가 나약한 토끼 형상이라는 일제의 주장이 아닌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형상이라는 설에 바탕을 둔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와 호미곶과의 연관성도 명쾌하지 않다.
광복 후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朝鮮常識)’ 지리편에서 조선십경(朝鮮十景)에 장기일출을 넣었는데 그 ‘장기’가 오늘날의 어디인지도 논란거리다.
△향토사학자 박창원·이재봉의 호미곶 연구 논문에서 출발
이번에 발간되는 향토지 ‘호미곶’은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인 향토사학자 박창원·이재봉, 두 명의 저자가 최근 ‘포항문화’를 통해 발표한 3편의 논문에서 출발했다.
‘포항 호미곶 지명 유래의 왜곡 실태와 재해석’(박창원, ‘포항문화’ 18호), ‘포항 호미곶 관련 지명의 변천사 검토’(박창원, ‘포항문화’ 19호), ‘건축 양식으로 본 호미곶 등대’(이재봉, ‘포항문화’ 18호) 등의 논문 외에도 교석초 신화, 충비 단량과 집신골, 구만리 다릿돌별신굿 등 호미곶에 관한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담아 지역민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호미곶에 관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호미곶’ 역사·문화 담은 ‘지명유래와 설화’ 자료집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동을배곶에서 호미곶까지, 지명의 유래와 변천’, 2장 ‘호미곶에 관한 오해와 진실’, 3장 ‘충비 단량과 집신골’, 4장 ‘교석초와 마고할미 신화’, 5장 ‘구만리 다릿돌별신굿’, 6장 ‘호미곶 등대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5장은 박창원이, 6장은 이재봉이 집필했다.
박창원 향토사학자는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호미곶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신 서상은 전 영일군수님을 비롯한 현지 주민들과 책으로 묶는데 행·재정적 도움을 주신 박승대 원장님을 비롯한 포항문화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봉 향토사학자는 “이 책이 우리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료집이 되고 포항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소중한 문화자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한 인간이 탄생하면 이름을 얻듯이, 어느 지역이 처음 만들어질 때도 그 뜻을 담은 명칭을 갖게 된다. 지명은 그 지역의 오랜 기간에 걸친 역사와 특징을 반영해 만들어지므로 지명이 지닌 향토사적 의미는 그 자체가 역사이며 문화라 할 수 있다”며 “이번 책자에서는 호미곶 지명의 유래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설화와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 호미곶의 정체성을 깊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수천 년 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것도 그 당시 누군가의 기록 덕분이듯이, 그러한 노력으로 남겨진 기록들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이 되고 나아가서는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돼 우리 고장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