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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정국, 진짜 위기는?

등록일 2024-12-18 19:20 게재일 2024-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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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비상계엄’이란 글자만으로도 긴장이 돋는다. 나라를 관통한 계엄 상황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모습은 의심과 불안을 동시에 키웠다. 법적 해석과 책임 공방이 이어지지만, 논란 속에 진짜 중요한 것들이 묻혀간다. 계엄이 내려진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었든, 국민은 깊은 불안에 시달린다. 밤마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느라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이어졌고 공포와 혼란이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러는 가운데에도 현실의 위기들은 한 치의 양보없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의료 대란, 언제까지 외면하는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형 병원들의 진료 공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근심은 깊어만 간다. 병원을 찾았다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대생들의 수업거부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조차 어렵다. 의료는 나라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시스템이 아닌가.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산더미처럼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교육은 어떤가.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팬데믹 이후로 드러난 학습 공백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이 흔들리면, 피해는 수십 년 뒤 더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이다. 정치권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보다 상대를 비난하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제가 위태롭다. 물가와 환율이 국민의 일상을 위협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가운데 우리 경제도 휘청거리지만,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생활비가 급등하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국제정세도 불확실하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늘 있지만, 이를 적절하게 대비하는 정치권 리더십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는 무엇을 하는가. 정치는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정치의 본질이며, 국민이 믿고 맡긴 권한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그럼에도 정치권은 국민의 걱정을 덜어줄 생각은 커녕 상대를 향한 비난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하고도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책임 공방에만 열을 올린다. 정치는 곧 국민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쟁에만 빠져 있는 동안 피해는 결국 국민이 짊어질 수 밖에 없다. 서로를 향해 비난하기 보다 국민의 삶을 바로잡아야 한다. 시선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노려볼 일이 아니라, 함께 국민을 바라보아야 한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리더십이다.

국민이 보고 있다. 정치가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하고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 진짜 위기이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제는 정치가 답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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