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으로 보는 산업전망<br/> 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br/> 철강 쿼터 감소 시도 불보듯<br/> 중국산 철강재 저가 공세도<br/> 국내 철강산업 골칫거리로<br/> 품질 유지하면서 원가 절감<br/> 극적 변화로 돌파구 찾아야 <br/> ‘이차전지’ 리스크도 점쳐져
비상계엄과 탄핵 등에 따른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산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업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0% 이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방산 등 한국 경제의 주요 산업들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의 출현은 또다른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관세법과 관세정책은 산업 발전과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로, 세계의 큰 손인 미국의 관세정책을 통해 앞으로의 산업 전망이 어느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관세법인의 철강분야 담당 김지호(30) 관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관세법·관세정책으로 보는 산업전망을 주제로, 포항의 주력 산업인 철강과 미래가 촉망되는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으로 한국 수출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A 모든 분야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트럼프로 인해 덕을 보는 산업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미 트럼프는 자국의 제조업 강화와 자국내 업계 보호를 바탕으로 관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 지난 집권부터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만회하는 등 보호주의를 무역의 기조로 삼는다.
Q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전 집권 당시에도 보호주의를 무역의 기조로 삼았다는 이야기인데, 이로 인해 타격을 많이 받은 국내 산업은 무엇인가.
A 철강 업계가 제일 많은 타격을 받았다. 주 요인은 트럼프의 철강쿼터제 시행 때문이다. 2018년에 철강쿼터제가 실시했는데, 미국 수출 시 정해진 연간 263만t 이하에서는 관세를 면세받아 저관세를 유지하는 반면, 그 이상의 물량을 수출할 시 25%의 고관세를 부여하는 정책이다.
Q 이번 집권 때는 철강쿼터제가 어떻게 시행될 것 같은가.
A 미국 내에서는 벌써 쿼터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출이 여기서 더 줄면 정말 힘들다. 한국은 고율 관세 대신 ‘수출 쿼터 축소’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를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 또다른 문제는 미국이 쿼터 축소를 하면 유럽도 반발 조치로 철강 쿼터를 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Q 미국의 철강쿼터제 이후 무역 상황이 많이 변화했을 것 같은데….
A 유럽은 탄소중립과 관련해 철강쿼터제를 시행중이다. 현재 철강쿼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 영국이다. 이들은 수출 가능한 쿼터를 일정 수준 부여해주고 승인서를 발급해준다. 승인서가 없으면 수출신고수리 자체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까다로운 탓에 포스코는 일본, 멕시코, 동남아권 등 승인서가 필요없는 국가로의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전 광양제철소의 주 수출지는 미국과 유럽이었지만 2018년도부터 유럽·미국 수출 물량이 확연히 줄었다.
Q 철강산업 의존도가 높은 포항의 또다른 변화나 어려움은 없는지.
A 역시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중국산 철강재가 문제다. 수출다각화 측면에서 철강쿼터제의 승인서가 필요 없는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마저도 중국의 저렴한 철강재에 밀려 수출물량이 절대적 감소했다. 현재도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철강산업의 큰 골칫거리다.
Q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지.
A 철강의 경우 가격과 품질에 있어서 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은 고품질의 철강재를 생산함과 동시에 원가절감을 항시 노려야한다. 품질을 유지하면서 원가절감을 진행하고 연구비를 줄이는 것은 기업에게 무척 힘든 일이다. 국가 주력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정세를 노련하게 파악해 미래 주력 산업에 투자해야한다.
Q 미래 주력 산업은 향후 전망이 밝은 산업을 의미하는가. 철강과 상황이 어떻게 다른가.
A 트럼프 정권과 관세법에 따라 청신호를 보이는 산업도 있다. 반도체 분야다. 현재 트럼프는 중국이 HBM과 같은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기기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철강과 다른 점은 반도체 산업의 경우 WTO(국제무역기구)의 협의에 따라 긴급관세나 덤핑방지관세 등 국가적 사정이 아닌 이상 전 세계가 0%의 세율을 책정하도록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정책과 기존 세율이 맞물려 우리나라의 반도체가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경우다.
Q 최근 몇년간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가 커졌다.
A 사실 이차전지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이차전지를 제조하기 위한 니켈, 코발트, 망간, 수산화물에 대한 세관번호가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역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유류 경제를 목표로 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차전지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론 머스크가 내각에 진입하면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Q 최근 탄핵 가결 등 국내 정세가 불안해졌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관세정책과 관세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가.
A 아무래도 대통령이 공석이거나 장관들이 공석이면 세율과 관련된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달걀이 파동이 나서 국내 물량이 없다고 하자. 이때 달걀을 저렴하게 수입해야하는데, 이를 대통령령으로 세율을 낮출 수 있다.현재는 이에 대한 대응이 평소보다 늦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또한 할당관세·조정관세·덤핑방지관세도 때에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세율을 낮추거나 높이는데, 마찬가지로 빠른 대응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