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국가’<br/><br/>우석훈 지음·레디앙 펴냄·인문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교수인 조앤 윌리엄스가 놀라서 한 말이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 붕괴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의 경고다.
대한민국은 1971년 한 해 출생아 수가 102만 명에서 2023년 23만명을 간신히 넘겨 50여 년 만에 4분의 1에도 못 미치도록 급전직하했다.
급격한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 소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88만 원 세대’ 공저자 중 1명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신간 ‘천만국가’(레디앙)를 통해 그 해법을 제안했다.
우석훈 박사는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를 통해 세대 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천만국가’에서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한국이 산업화 시기에는 자본 희소 사회였으나, 인구 감소로 인해 이제는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사람을 막 대하고, 노동자를 막 대하고, 가능하면 돈을 적게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문화가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우 박사는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도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역설한다.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OECD 모든 국가와 함께 중국도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2.1 이하로 떨어졌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1.0 미만으로 급감한 사례는 없다. 우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출생률 감소의 원인으로 경제 불평등, 가난의 세습화, 저임금 불안정 고용,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의 미비, 사회적 경쟁에 따른 육아 비용 및 사교육비 부담 증가, 높은 주거비용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만 보지 않고, ‘문명’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낮은 출산율과 세계 1위의 자살률은 한국 문명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우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와 극심한 경쟁 체제, 그리고 사회적 혐오와 배제 정서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가난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예비 부모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저출생으로 인한 영유아와 청소년 수의 감소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노인 요양원이 늘어나는 현상, 청소년 책 시장과 공연 시장의 위기, 경공업의 미래 불투명성,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의 축소 등이 그 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이민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도 출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
우 박사는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한국이 자본 희소 사회에서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연금이나 군 병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노동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소해짐에 따라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MZ세대 청년 노동자들의 조기 퇴사나 워라밸 문화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로 해석하며, 청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고액 과외나 선행학습 금지 입법, 고등학교 때 언론학 수업과 수능 과목 포함,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연방제실시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알바 공화국’이라는 개념을 통해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알바’들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알바 출산 지원본부’ 신설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인구 문제가 모두의 문제이면서도 아무의 문제도 아닌, 해결 주체가 없는 의제이기 때문에 풀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천만국가’가 대한민국 인구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줄 아는 사회’, ‘뒤에서 5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나던 시절의 사람들이다. (중략) 선진국 경제의 기본은 사람이 귀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알바들이 행복하고, 그들도 걱정 없이 아이를 낳는 시대, 그 정도는 유럽에서 이미 50년 전에 만든 사회다. 우리가 지금 그걸 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