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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불안과 국민의 현실

등록일 2024-12-11 19:45 게재일 2024-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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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초등학교 때였나, 국군장병들을 위문하는 편지를 썼었다. 상투적으로 적었던 구절이 바로 ‘저희들의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지켜주시는 국군 아저씨께….’가 아니었던가. 그 뜻을 이제야 새긴다. 대한민국은 편안한 밤을 잊어버렸다. 간밤에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연히 불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정치가 국민을 힘들게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국민에게 어둡고도 힘겹다. 대통령의 실책으로 촉발된 비상계엄 논란은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언론은 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부각시켰다.

국민의 하루하루는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나 첨예한 갈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정치적 혼란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침체되며, 청년들은 미래를 불안해 하고있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상의 생계를 걱정하며, 직장인들은 끝없는 업무와 고용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치권의 논쟁과 갈등은 국민에게는 사치로 보일 뿐이다. 탄핵이든 하야든, 자격정지든 혹은 조기대선이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나.

국민에게 소중한 소통의 통로여야 할 언론 또한 문제다. 갈등을 조명하고 이념 대립을 자극하는 기사는 많지만,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문제해결을 위한 진중한 논의는 태부족이다. 보통사람 국민에게 좌와 우로 나뉘어 다툴 여력이 없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기보호적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무게를 덜어줄 민생정책이다. 정부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치와 국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정치적 권력 다툼이 아닌,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문제는 헌법적 절차와 국민적 합의에 따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의 현실을 직시할 때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잃을 까닭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비상계엄 논란에서 시급히 벗어나,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비난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오늘도 국민은 자신의 자리에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삶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이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책으로 비롯된 여러 어려움을 군을 동원하면서 무력으로 돌파하려 한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 앞에 큰 실수를 하였다. 국민의 하루하루를 지켜야 했을 국군장병들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려 한 일은 용서받기 힘들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편안하게 지켜지는 나라에 살고 싶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무겁게 여기며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국민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 국민은 저녁마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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