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무정부상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저께(9일)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사당국(공수처)의 요청에 의해서다. 같은 날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줄줄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거나, 내란죄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니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탄핵을 받으면, 현 정권은 말로만 듣던 ‘식물정부’가 된다.
문제는 야당의 공세에 대처하며, 단일대오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여당이 균열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그저께 5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계파싸움이 재연됐다. 친윤계는 ‘탄핵 반대론’을 주장했지만, 비윤·친한계에선 “대통령이 물러나는 일정을 이번 주 사이에 구체화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정안정을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에 만나기만 하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 이 와중에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설화도 발생했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반대해 당시엔 욕 많이 먹었지만, 1년 후면 다 찍어주더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사퇴선언을 한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을 두고도 계파간 설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모양이다.
지금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6.1%포인트 내린 26.2%였다. 민주당은 2.4%포인트가 오른 47.6%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비상시국에도 여당내에서 계파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또다시 붕괴의 길을 걷는 그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한다고 설치고 있는지 한심하다”고 했다. 친윤·친한계 모두 국민이 보수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