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어른은 누구인가

등록일 2024-12-04 18:24 게재일 2024-12-05 19면
스크랩버튼
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어른’은 나이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신체적 성장만이 아닌, 독립적 사고와 자율적 책임감,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절한 역할수행이 ‘어른됨’의 핵심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심지어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독립심과 자율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학 교수들이 학부모들로부터 학점에 대한 항의를 받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학생 본인이 교수와 소통하는 대신 부모가 대신 나서는 것이다. 한편,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부모가 상사에게 연락해 자녀의 부서배치 조정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관찰되는 ‘아이어른’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이로는 성인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독립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어른들이 증가하고 있는 터이다.

‘아이어른’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과보호적 양육방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모들이 자녀를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기보다는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문화는 자녀의 독립심을 극도로 약화시킨다. 둘째, 지극히 경쟁적인 사회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자녀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제도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주입식 학습에 치중하며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사회를 유지하려면 개인 각자가 독립적 사고와 자율적 행동 역량을 길러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독립심을 가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른은 사회적 책임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책임감을 회피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미성숙함은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같은 사회적 조직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부가 중요한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인 미성숙함으로 인해 연속적인 충격을 받았다. 정부는 적절한 대비와 의사소통 없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초래했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정부가 여러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기획하며 대비했더라면, 이러한 대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명확한 대책도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어른다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 나이에만 달린 게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포함한다. 개인은 스스로 독립심을 기르고 부모는 자녀를 자율적으로 성장시켜야 하며, 정부와 같은 사회조직 역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적절하게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개인과 사회 모두 어른다움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오그러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