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모두 그렇게 말하면서도 늘 여운을 남긴다.
같은 사건을 놓고 가진 이념의 향배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판이하게 판단한다. 엄연한 팩트도 보는 입지에 따라 다른 게 보이고 정반대로 해석되기 일쑤다. 객관적이며 공평한 판단은 법조계에서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과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한다지만, 우리는 사건을 맡은 판사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성향의 판결을 내려왔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벌어진 일의 실체일 것이며 ‘법리’는 이미 적혀있는 법조문을 적용하는 일이 아닌가. 쌓여있을 판례와 법조문 간의 관련성 등을 객관적이며 균형있게 참고하여 마지막 결론을 내릴 터이다. 이념과 시류, 여론과 주장에 흔들릴 위험이 있는 사람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분석이 가능할 인공지능(AI·Artifical Intelligence)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AI는 이념적 편향이나 감정적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므로, 법조문과 판례를 바탕으로 객관적이며 균일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방대한 판례와 법적 데이터를 빠짐없이 신속하게 분석하여 적절한 사례와 타당한 규정을 제시할 수 있어, 법조 판단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AI가 이렇게 수다한 법적 결정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 비용이 내려가 보통 사람들도 쉽게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법조에 AI를 활용함에는, 몇 가지 과제도 있다. 법적 판단은 사실 관찰과 법조문 해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사회적이며 도덕적 관련성을 반영해야 할 때가 많다. AI가 인간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판단할 수 있을까. AI가 오판을 한다면, 책임소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터이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될 것인데, 데이터의 편향 가능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문제다. 판단은 단순히 사실을 발견하고 규정을 집행할 뿐만 아니라, 사건 관련자의 인간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을 AI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아직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념적으로 극심한 편향성이 문제로 드러난 이상, 법조계가 AI를 유용한 판단도구의 하나로 도입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했으면 싶다. 다만,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법조인과의 협력을 통해 공정하고 균형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 아닐까. AI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업무를 돕는 역할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사실판단과 법리적용보다 이념의 성향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법조의 판단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행태는 국민이 보기에 그리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법원의 최종판단이 존중되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심리와 결정과정이 보통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할 터이다. 인간의 주관적이며 감성적인 편견과 정치적 이념성향을 최소한으로 제어하면서 정의로우며 공명정대한 결정에 이르러야 할 터이다. AI의 장단점을 모두 고려하여 법조에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