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 내년 5월 25일까지 ‘선과 선의 우주’ 기획전 개최<br/>평면과 입체 경계 넘나들며 시공간 울림 전할 작품 35여 점 선봬
포항문화재단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귀비고(전시관·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와 문화예술팩토리에서 기획전시 ‘선과 선의 우주’를 오는 29일부터 개최한다.
내년 5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선과 선의 우주’는 대구를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로작가 차계남(71) 작가의 추상미술 작품을 통해 동시대 추상미술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차계남 작가의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공간의 울림을 전하는 작품 35여 점을 선보인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해 온 차 작가의 작업은 그만의 독자성으로 한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특히 물성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통해 흑과 백의 최소한의 색채와 단순한 구조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작가적인 수행의 과정이 담겨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차 작가는 한지에 붓글씨를 쓰고, 1cm 폭으로 자른 뒤, 한 가닥씩 꼬아 노끈과 같이 만든 ‘실’을 평면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법을 지속해 왔다. 한지를 잘라 실로 만드는 작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완성되는 작가만의 재료로써 그 질감과 부피, 촉감은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고유의 세계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평면적인 종이를 꼬아 부피감을 만들고 그것을 겹겹이 쌓아 작품으로 구현해 통상적인 개념의 평면작품이 아닌 ‘평면 부조’로 재탄생시킨다. 이러한 작업 방식에 대해 차계남 작가는 “스스로 그리기에 대한 욕구를 통제하고, 무심(無心)의 상태에 들어가 수행적인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입체작품에서 평면작품까지 차계남의 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감은 단연 검은색이다. 특히 인위적인 염색이 아닌 먹으로 쓴 붓글씨에 의해 탄생한 작품 속 검은색은 작가의 예술세계에 있어서 숙명적인 동반자이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의 상징이 됐다.
이번 전시는 포항 지역의 대표 설화에서 비롯된 ‘연오랑세오녀 신화’에서 신라의 빛을 되살린 세오녀의 비단, 즉 씨실과 날실을 이루는 선에 주목했다. 선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을 연결하는 깊이 있는 사유를 제시한다. 특이한 점은 동해의 절경과 함께 귀비고 내·외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한, 문화예술팩토리에서도 2점의 작품을 전시해 두 공간을 연결한다.
포항문화재단 측은 “이번 전시는 모든 선을 아우르는 차계남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세오녀 비단이 지닌 귀비고의 정체성인 포용성, 회복성, 창조성의 가치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며 “신화와 현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차계남 작가는 선과 색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왔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1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d’artist 원로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2014년 봉산문화회관, 2009년 독일 아트 칼스루에, 1996년 일본 오사카 부립 현대미술센터 등이 있다.
차계남 작가는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미술과,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를 수료했다. 1984년 교토 소재 갤러리 마로니에에서의 첫 초대전 이후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지에서 42회의 개인전, 167회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부산 시립미술관,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 시가현립근대미술관, 교토문화 박물관 등 국내외 15개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