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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겪은 주요 경제 위기들30년 경험·회복 과정 고스란히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11-14 18:08 게재일 2024-11-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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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마사아키 지음 부키 펴냄·인문
시라카와 마사아키 지음부키 펴냄·인문

2023년 일본은 25년 만에 연간 경제 성장률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2024년 7월에는 주가 최고점으로 30년 장기 침체를 빠져나왔다.

반면 한국은 경제 성장률 추락, 부동산 버블, 세계 4위 수준인 GDP 대비 가계부채율,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심각한 압력에 직면해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을 연상케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9년 동안 중앙은행가로 일하면서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경기 침체를 모두 경험한 전 일본은행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의 회고록 ‘잃어버린 30년’(부키)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미래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일 간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한 이 민감한 시점에 일본이 지나온 길과 한국이 놓인 상황 그리고 앞으로 돌파해야 할 사회적 과제를 꼼꼼하게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국가의 경제가 각 주체의 행위, 정책, 사회 분위기라는 다면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도저하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저자는 일본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한 국가의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난을 맞닥뜨렸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부채 위기, 2011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담담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금융 완화, 환율 조정 등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위기의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구조와 체질 개선, 기술 혁신 등 경제 주체의 노력, 그리고 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인구는 1995년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자는 “총재 개임 기간 중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는 320만 명에 달했는데 매년 전체 인구의 0.8%인 70만 명씩 감소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경제적 역풍이었다”고 말한다.

중앙은행가로서의 경험과 경제학자로서의 신중한 성찰을 동시에 제공하는 저자의 시각은 오늘날 한국 경제와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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