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스틸에세이 공모전 인터뷰 / 일반부 대상 수상자 김동식씨 <br/>글 ‘지네철’을 통해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br/>서로를 연결하는 이음과 어우러짐의 역할 <br/>가족·사회·국가도 갈등 봉합할 매개체 중요
“지네철은 지네를 닮은 쇠붙이입니다. 목재 건물의 지붕 판재인 박공널이 벌어지는 것을 다잡아 합각 부분을 이어주는 꺽쇠 기능을 가졌는데 보기 좋게 조형미를 곁들여 만든 것입니다. 징그러운 지네 모양인 까닭은 건물에 해로운 거미나 해충을 막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관정, 꺽쇠, 쇠못 같은 생활 철물은 주로 삼국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에는 지진 등으로 건물의 금 간 곳을 연결하는 볼트 너트도 지네철의 한 예입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경북매일신문 주최, 주관의 ‘제8회 스틸에세이 공모전’일반부 대상 수상자인 김동식(65·경북 포항시)씨는 “‘제8회 스틸에세이 공모전’ 일반부에 도전해 큰 상을 받으니 첫 라운딩에서 홀인원한 느낌이다. 기대하지 않은 영광”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지네철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경주왕경지구 중심으로 문화해설사 봉사활동을 하다가 어느날 우연히 지네철이 눈에 들어왔다. 벌어지고 찢어진 곳을 꿰매어 안전하고 튼튼하게 연결하는 역할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중요한 역할도 아니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꺽쇠 역할을 하는 부재가 예로부터 사용되었으며, 아울러 장식미를 가미한 지네 모양의 쇳조각에 흥미가 생겼다. 베인 살과 살을 연결하는 것도 같은 역할이라 생각되어 내 다리의 상처가 떠올랐다.
-쓰는 과정과 작품을 통하여 남기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네철이 마음에 들어오고 나서 그 역할이 우리 삶에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깨달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가 막히면 직접 지네철을 찾아 나섰다. 경주, 포항 지역의 사찰은 물론 안동 봉정사를 둘러보고, 동양 세 보림 중 하나인 장흥의 보림사에서 역시 물고기 모양의 지네철을 만났다. 짬을 내어 경복궁과 운현궁의 지네철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네철에서 얻은 첫 느낌과 깨달음이 차츰 뚜렷해졌다. 이 글을 통해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서로를 연결하는 이음과 흐트러지지 않는 어우러짐이다. 건물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지네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어지고 틈이 생긴 자리에 덧대어야 할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다. 가족, 사회, 국가에 벌어지는 갈등을 봉합해 줄 지네철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저 또한 드러나지 않는 구석에서 아주 작은 지네철이라도 되고 싶은 소망으로 이 글을 마무리 했다.
-철이란 어떤 소재인가? 또 좋은 산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철은 예부터 요긴하게 쓰였다. 석탈해 왕 조상이 대장장이라는 주장이 있고, 삼국시대는 패권 싸움에 칼, 창, 촉을 사용하였다. 월지에서 문고리 가위 불상 풍로 등 쇠 용품이 출토되어 그 시절의 철제 사용을 알 수 있다. 현대에 와서도 철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소재로서 건축, 토목, 조선에 필수적이다. 철 사용량이 그 나라의 선진화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산업의 쌀이라는 기치를 세운 포스코를 비롯하여 포항의 제철 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의 요람이 되었다. 포항에 사는 사람들은 직접 생산에 참여하지 않아도 포괄적인 철강맨이라는 자긍심을 품고 있다. 산문은 자연 인간 정의 영역에서 휴머니즘이 필요할 것 같다.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이 좋은 산문이라 생각한다.
-문학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삶을 깊이 있고 여유롭게 하는 것이 문학작품의 장점이 아닐까. 저 또한 수식적이고 논리적인 공학 분야의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문학을 접하고 난 후 감성이 풍부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에 문외한인 공학도가 글 공부에 흥미를 가지면서 헝클어지고 꼬이는 생각을 풀고 요약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스스로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사물을 세밀하게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런 시간을 밑거름 삼아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겠다.
-정식 등단하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수필을 다듬어 쓰면서 모양이 이루어져 갈 때 그 과정만으로도 행복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한 편 한 편의 습작을 밑거름 삼아 자연과 인정을 따뜻하게 담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이번 수상이 큰 용기와 희망을 주어 더 잘 쓰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이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시작을 향해 정진하겠다. 꾸준히 감동하고 열심히 쓰는 수필가가 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