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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성장 이끈 故이상득 전 부의장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4-10-23 10:54 게재일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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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오전 별세했다. 이 전 국회부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으로, 포항남ㆍ울릉 지역구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를 한 24년 동안 포항의 크고 작은 기틀과 기반 조성을 위해 심혈을 쏟았으며 동생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내기도 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후 불미스런 일로 두 번의 옥고를 치렀고 그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돼 한쪽 눈이 실명됐고 폐렴 증세 등이 겹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왔다. 

1935년생인 이 전 부의장은 가난했던 유·청년기에 동생인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고학했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미국 켐벨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61년 코오롱 1기 신입 공채사원으로 입사,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평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부의장은 코오롱상사 사장을 그만두고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경북 포항·울릉에 출마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88년 당선된 이후 내리 6선에 성공했으며 국회 운영위원장, 당 정책위의장, 당 사무총장, 당 최고위원, 국회 부의장 등 당 안팎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나라당 시절, 기업에서 쌓은 추진력과 조정능력을 바탕으로 능수능란한 정치력을 보여줬고 대표적 실물 경제통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외환 위기 여파로 신음하던 1999년 정책위의장 재직 시절,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당시 적잖은 기여를 했다.

2004년에는 고사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되살려는데 남다른 역할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때 사무총장직을 수행한 그는 천막당사 이전과 사무처 직원 구조조정 등 난제들을 과감하면서도 매끄럽게 처리하며 한나라당를 회생시켜내 당내에서 후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의 폭넓은 활동은 동생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후견그룹 ‘6인회’ 멤버를 이끌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동생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고 결국 당선시켰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경선 상대기도 했던 박근혜 당시 후보와의 가교 역할도 이 전 국회부의장 맡아 친박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화려한 역할에 걸맞게 다양한 별칭을 소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MB정부 당시 야권은  그를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고 불렀다. ‘모든 일이 형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빚댄 의미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포항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집중적으로 배정되면서 ‘형님예산’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진 것도 이 전 부의장의 위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실제 이 전 부의장은 포항을 위해 많은 예산을 가져왔다. 일례로 2009년 포항 예산은 9390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9.9% 성장했고, 이중 국비지원액이 4373억원으로 2008년 2774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하며 포항의 성장엔진이 되어줬다. 

2011년 예산 역시 포항·울릉 지역 예산이 1449억원 늘었고, 포항-울산 고속도로 건설 1000억원, 포항-삼척 철도 건설 700억원, 포항-울산 복선 전철화 520억원 등이 배정됐다. 과메기 산업화 가공단지 사업에도 10억원이 투입되는 등 포항지역에 예산이 집중되며 이 전 부의장 지역구 덕을 톡톡히 봤다.

힘이 커진만큼 견제도 많이 받았다.  야권에선 이 전 부의장 고향 이름을 따 그를 ‘영일대군’으로 부른데 이어  MB정권의 실세라 ‘상왕’이라 쏘아대며 발목을 잡았다. 이같은 별칭들 모두 막강했던 그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결국 이런 분위기는 권력 사유화 시비로 연결됐고 2009년 8월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 등을 방문, 자원외교에 나서며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치권 논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후 보좌관의 로비 금품수수의혹, MB정부 국정원 특활비 논란 등으로 고충을 겪어야 했다. 

한편 이 전 국회부의장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서울 소망교회 선교관에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신자씨와 자녀 이지형·이성은·이지은씨, 며느리 조재희씨, 사위 구본천·오정석씨 등이 있다.

/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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