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 결에 산과 들의 푸른 기운이 결실과 단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갑지 않은 가을태풍의 북상 예보가 있긴 해도, 하늘은 점차 높푸르게 가을빛을 더해가고, 들판에서는 정갈한 햇살을 받아 오곡백과가 넘실넘실 익어가고 있다. 하늘 맑고 공기가 상쾌해(天朗氣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라 실내외 활동하기에 편하고 좋은 계절, 사람사는 세상에는 요즘 온갖 축제나 체육대회·전시·공연·체험 등의 문화행사가 다채롭고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이른바 10월은 ‘문화의 달’ 답게 이런저런 문화축제가 즐비하다. 이미 9월 중·하순부터 크고 작은 행사가 시작돼 잔치 분위기가 나는가 싶더니, 10월 들어서는 본격적인 축제시즌이라 할 정도로 전국의 도처에 특색 있고 다양한 축제·문화제·대회 등의 행사가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유난히 무덥고 길게 이어진 여름날의 인내와 시달림을 축제로 풀기라고 하듯 축제 참가자들의 표정이 한결 밝고 즐거워 보인다. 축제는 이렇듯 격식을 차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큰 잔치이기에, 음악적 퍼포먼스나 상연, 음식, 의식, 테마, 전통, 자연 등과 결부되는 조직화된 일련의 사회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제나 대회 등의 행사는 모두 일정 부분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이뤄지게 된다. 민간 주도의 예산 지원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나 각 지역별로 지역상권 활성화와 경기부양책을 내세워 행사를 급조한다거나 선심성(?) 예산지원으로 세금을 축내는 경우가 있어서 다소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전시성 축제의 난립과 국비·지방비의 세금을 지원받는 일종의 ‘정책카드’로 변질돼 축제 자체의 전통성과 상징성이 퇴색되고 문화적 교류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하여 국민들의 빈축을 사는 사례도 있다.
또한 축제장의 장사꾼 난입과 바가지 요금, 무질서, 비위생적인 환경 등도 문제지만, 특히 축제운영 담당인력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옥의 티처럼 비춰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최근 포항지역에서 ‘제11회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이 3일간 열리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었는데, ‘비블리오 배틀’이라는 독서 서평 대결이 당일 우천으로 인해 대회 시작 5분 전에 돌연 취소(연기)되는 해프닝이 벌어져 대회 출연진과 시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3개월 전부터 예선을 거쳐서 본선에 올라온 초등부·청소년·일반부의 각 팀에서는 의상과 소품, 장비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결선 시작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최측에서 강우 대비를 사전에 했음에도 느닷없이 전국적인 대회를 시작 직전에 보류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은 졸속으로 여겨져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러한 몇가지 문제와 미비점을 보완·개선하고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결정으로 한치의 허술함 없이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운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몇 개월 전부터 입안하고 기획·추진하는 축제가 준비와 운영의 부실이나 실책으로 파행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날씨 좋고 먹거리가 풍부해지는 10월의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열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