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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병원 터·산골학교가 문화예술공간으로 대변신

성지영 인턴기자
등록일 2024-09-09 19:24 게재일 2024-09-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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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아트팩토리,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버려진 공간이 예술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했다. 쓰레기 소각장이 패션쇼장이 되기도 하고 미술전시관이 되어 다양한 예술품을 품기도 했다. 폐품이 모아진 공간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상상력 놀이터로 변모했다. 때로는 역사와 추억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예술공간이 되기도 했다. 건축 재생을 통해 주목받는 공간으로 변신한 4곳의 여행지를 추천한다.

◇쓰레기 소각장 루이비통 패션쇼장으로?, 경기도 부천아트벙커B39

과거 쓰레기소각장터 원형 살려

루이비통 패션쇼장으로도 활용

부천아트벙커B39는 부천시 오정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원래는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이곳은 1995년에 문을 열었지만 1997년 다이옥신 파동 이후 환경 파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10년에 폐쇄되었다가 2018년에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공간은 과거 소각장의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예술적인 면모를 담아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층에는 원래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가 그대로 남아 있어, 높이 39m의 압도적인 크기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을 체험할 수 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들었던 반입실을 예술적으로 꾸민 멀티미디어 홀과 함께 재벙커, 에어갤러리 등 다양한 공간도 1층에 함께 조성되어 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활용되며, 4층과 5층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보존 구역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2021년 루이비통과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F/W 시즌 컬렉션 패션쇼장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을 정도로 예술적 감각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 유명하다.

◇산골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강원도 평창무이예술관

1999년 폐교 터가 예술관으로 변신

서양화·서예·조각 등 예술품들 감상

겹겹의 산이 둘러싼 온화한 평지에 자리한 무이초등학교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1999년에 폐교된 무이초등학교는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 예술가들의 손길로 2001년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이곳에 방문하여 통과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는 공간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조각상들을 모두 감상 했다면 내부 전시관으로 향해 보자.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반질반질한 나무 복도이다. 오래된 학교 복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나무 질감과 걸을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는 방문객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예술관 대표는 이 복도를 위해 손수 콩기름으로 바닥을 손질했다고 한다. 내부 전시관의 관람 동선은 단순하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는데, 그 중 작가별 전시 공간과 기획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 공간에 들려 서양화, 서예,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메밀꽃을 화폭에 담아 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은 사방이 메밀꽃 그림으로 둘러쌓여 있는 공간에 있어 마치 메밀꽃밭에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상상력 놀이터, 충북도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

폐교 초교를 정크아트 성지로 꾸며

오대호 작가 작품들 6000여점 가득

여기에도 폐교한 초등학교를 정크(junk) 아트의 성지로 만든 곳도 있다. 정크 아트란 일상생활에서 나온 폐품(잡동사니)을 소재로 제작한 미술작품을 의미한다.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를 이 작은 초등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우리나라 정크 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오작가는 40대 후반에 미국의 정크 아트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접한 후, 정크 아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오 작가의 손길이 닿은 이 폐교는 약 20년 동안 6000여 점의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곳에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레버를 돌리며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 전시 감상에 생동감을 더한다. 새와 물고기, 곤충, 고양이, 개와 같은 동물을 물론 동화와 영화 속 캐린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들은 동심을 불러일으키기 딱 맞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탈 수 있는 아트 바이크가 설치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에는 교실을 극장으로 꾸민 공간에서 마술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 2016년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 2016년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역사와 치유가 어우러진 문화공간, 경남 거창근대의료박물관

1954년 세워진 자생의원 리모델링

옛 수술기구·장비· 당시 살림 전시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년에 세워진 자생의원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거창 지역의 첫 근대의료시설이었다. 2016년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본관, 입원동, 주택동, 병원동으로 구성된 석조건물로, 각기 다른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병원동은 당시 수술 기구들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낯선 모양의 마취 장비와 수술대, 외과수술 기구 지금으로썬 상상도 못할 육중한 덩치의 X-RAY 촬영장비까지 전시 되어 있어 당시의 의료 기술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병원동을 나와 보이는‘ㄷ’자 형태의 자그마한 마당을 품고 있는 한옥은 입원동으로 당시 환자들이 머물던 방을 재현해 놨다. 오래된 링거과 이불, 소소한 세간살이 그 당시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최근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박물관 그 자체의 역할을 넘어 차별화된 근대의료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몸과 마음을 지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박물관 앞 마당에서 해금연주회 등 힐링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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