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최종시한 내일까지지만 도의회 동의 어려워 장기과제 전환” <br/>통합청사 위치, 시·군 사무권한 문제 등 대구-경북 갈등 못 풀어<br/>또 졸속 추진에 시도민 공감대 형성 부족… 2021년 중단 되풀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결정을 하루 앞두고 최종 무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썼다.
홍 시장은 “오늘 경북 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라며 “최종 시한이 내일까지지만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대구경북 통합을 지지해 주신 시·도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며 “지난 3년간 끌어 오던 지방행정 개혁이 생각이 서로 달라 무산된 것은 참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통합 논의는 104일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난 5월 17일 홍 시장이 전격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하면서 추진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장과 도지사가 행정통합에 공감하자 곧바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두 단체장이 통합이라는 큰 그림에 의견을 모은 데다, 미래지향적 행정구역 개편을 준비해온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통합 작업은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지난 6월 4일에는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등 4개 관계기관장이 전격 회동을 갖고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시와 도는 각각의 통합안을 마련,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의를 계속해왔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된 것은 무엇보다 통합청사 위치와 시·군 사무권한 문제를 놓고 각축을 벌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대구시는 대구와 안동, 포항 등 3곳에 대구광역특별시 청사를 두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경북도는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에 두는 안을 고수했다.
시·군 사무권한 문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며 맞섰다.
홍 시장은 통합청사와 시·군 권한 축소를 두고 경북도와 갈등을 빚자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통합 후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한지붕 두 가족식 통합은 하지 않는 게 맞다”며 “(이철우) 경북지사님 말대로 통합하면 한지붕 두 가족이 된다. 또다른 불씨를 안고 통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초단체 권한 강화 주장에 대해서도 통합특별시를 다시 쪼개 32개 기초단체가 각개전투하는 모습도 통합 모델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며 “통합특별시가 집행기관이 되어 강력하게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통합만이 지방시대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이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시도 간 통합특별법안) 90% 이상이 합의됐는데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로 무산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행정통합은) 미래를 향한 중차대한 문제라서 시장·도지사 둘이서 결정할 것이 아니다”며 “중앙정부로부터 받아내야 할 권한과 재정 부분은 합의가 됐으니 적극 지원을 약속한 정부와 신속히 협상에 나서자”고 말했다.
청사와 관련해서는“대구시가 청사를 3개(대구, 안동, 포항) 놓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기초정부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발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동부권 주민들이 현장에서 가진 권한을 오히려 줄이고 광역 정부로 내주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존의 대구, 안동 청사안을 고수한 것이었다.
시·군 사무권한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 모델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포항시, 구미시, 안동시의 도시계획은 각자 고민해서 특색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광역 정부가 직접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모델을 따르면 경북도의 기초자치단체가 대구시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은 앞서 2019년에도 추진됐다가 공감대 형성 부족 등으로 2021년 중단됐다. 당시 통합체제 출범 시한을 못 박아두고 시·도민 공감대를 외면한 채 시간에 쫓겨 급히 추진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통합 추진 과정도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내다가 결국 과거 전철을 밟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장간 일방적 통합이 무산되면서 단체장간 정치적 이해에 따른 졸속 합의가 결국 파행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