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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탐방로·얼음골·신성계곡 걷다 출출해지면 ‘달기탕 백숙’

김종철 기자 ·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4-08-04 19:00 게재일 2024-0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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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지를 고민하세요? 청송이 어떨까요?
주왕산 용추폭포의 시원스런 풍경.

어느 도시 할 것 없다. 낮과 밤 모두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8월의 초입. 높아지는 불쾌지수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성하(盛夏)의 계절이다.

일상이 돼버린 뜨거운 폭염을 잠시라도 피하고 싶은 이들은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8월은 여름휴가의 피크 시즌.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공기 좋고, 계곡 그늘 시원하고, 맛깔스런 먹을거리도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지.

경북 청송은 주왕산의 멋들어진 풍경 속에서 ‘산소 카페’로 불릴 만큼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청정한 고장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어울리는 쾌적한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 올 여름 어디로 휴가를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윤경희 청송군수가 조언한다. “우리 청송군에 오시면 깨끗하고 맑은 자연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가족과 연인이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실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아래 청송군을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시원한 피서지 몇 곳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생수 한잔 마시면 신선이 안부럽네

장에 효험 있다는 달기탕·신촌약수

닭·인삼·황기 넣고 끓인 백숙 ‘보약’

관광공사 추천한 신성계곡 녹색길

12㎞ 길따라 백석탄·공룡발자국 화석

▲주왕산을 지나 얼음골로 가다 보면...

국에서 1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높은 암석 봉우리와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탐방로를 따라 연화봉,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을 만날 수 있고 수려한 계곡도 매력적이다.

용추, 절구, 용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 ‘한국 3대 암산’에 꼽히지만, 사람들이 이용하는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가을 단풍철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지금은 다소 한적한 길을 조용히 거닐 수 있다. 주왕산에서 영덕군 옥계계곡으로 가다 보면 얼음골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 주변은 한여름 온도가 32°C가 넘으면 얼음이 얼고, 계곡 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보며 얼음골 생수 한 잔 마시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무더운 여름, 계절을 잊게 만드는 청송 얼음골.
무더운 여름, 계절을 잊게 만드는 청송 얼음골.

▲달기·신촌 약수탕 물로 끓인 백숙은...

달기약수탕은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 조선 후기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부곡리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 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하게 됐다고.

권성하가 그 물을 마셔봤더니 막혔던 속을 뚫어주는 트림이 나오고 위장이 편안해져 그 후 즐겨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달기약수탕은 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솟아나는 물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색과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동청송 인터체인지 인근에는 신촌약수터가 있다. 조선시대 말 무렵 조정에서 전국의 약수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곳 약수가 가장 무겁고 맛이 독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물은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이 두 곳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돼 약수터 주변이 빨갛게 산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탄산수는 톡 쏘는데 근처 가게에서 파는 달달한 엿과 함께 마시면 그 맛이 더욱 좋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른색 윤기를 띠며 찰기가 생겨 지친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저 그만이라고.

약수탕에서 시원한 달기약수 한 모금 마셨다면, 주변의 먹을거리를 찾아보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 맛있는 음식은 여름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달기·신촌 약수탕 근처에는 약수를 사용해 우려낸 닭백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이름 높다.

약수 닭백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제거해줘 맛이 담백해진다. 또,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이 없다. 약수에 닭,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녹두를 넣어 푹 고아서 닭이 알맞게 익으면 건져내 따로 담고, 국물로 죽을 쒀 닭고기와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이 닭죽은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고, 지친 몸의 기운을 찾아준다고 한다.

 

달기약수와 신촌약수로 끓인 먹음직스런 닭백숙.
달기약수와 신촌약수로 끓인 먹음직스런 닭백숙.

▲일상 지친 눈 편안해지는 신성계곡 녹색길

청송의 또 다른 명소 신성계곡 녹색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여름 관광지로 추천한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

갯버들 하천 길, 갈대 봇도랑 길, 방호정 길, 자암 길, 하천 과수원 길, 백석탄 길로 이어진 12km의 녹색길은 맑은 물과 푸른 숲을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저귀는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녹색길을 아우르는 신성계곡은 뻬어난 풍광과 맑은 물, 그리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방호정에서 고와리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청송 8경의 ‘제1경’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방호정 감입곡류천, 백석탄 포트홀 등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를 4곳이나 품고 있어 지구 환경 학습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는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해 약 400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공룡 모형이 설치돼 있는 소공원은 학습장과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아름다운 하천, 퇴적암 절벽, 도지정 민속문화재 ‘방호정’이 어우러진 명소다. 방호정은 조선시대 선비 방호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해 생모 안동 권씨의 유택이 보이는 곳에 세운 정자다. 신성계곡을 찾게 된다면 현대인이 잊고 사는 효(孝)의 가치를 떠올리며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

청송 안덕면 고와리 계곡에 있는 백석탄 포트홀은 알프스산맥의 미니 암봉과 닮은 바위군이다. 하얀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은 “이곳이 선계(仙界)가 아닌가”라는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계곡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침식된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겨있으며, 조선 인조 때 경주에 살았던 송탄 김한룡은 이곳 시냇물이 맑고 아름다워 고계(금)라 부르기도 했다.

▲시원한 실내 전시장과 체험장으로

청송백자 전시·체험장도 가볼만한 곳이다. 청송백자는 조선후기 ‘4대 지방요’로 분류될 만큼 명성이 높았던 생활 자기다. 이곳에서는 전통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청송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청송백자를 활용한 다양한 도자기 체험도 가능하다.

남관문화센터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 화백을 기리고자 조성한 문화 예술공간. 7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는 ‘202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동 협력 전시’의 일환으로 미디어아트홀에서 ‘헤어짐의 단상,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가 열린다.

야송미술관은 청송에서 태어난 동양화가 야송 이원좌의 작품 3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기획전시도 함께 이뤄진다. 별도의 건물로 조성된 ‘청량대운도 전시관’에는 동양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인 한국화 ‘청량대운도’가 전시돼 있다. /김종철·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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