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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신앙 깃든 서낭당·당산나무의 세계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7-31 18:57 게재일 2024-08-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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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2024 기억공작소Ⅲ 가가전 ‘무시무종’<br/>김일환 작가의 설치작품 전시회<br/>대구 봉산문화회관 10월 6일까지<br/>나무와 나무·천과 오방천 사이 등<br/>민속적인 신묘한 분위기 자아내
가가作 ‘서낭당’

민속적 서사를 바탕으로, 나무를 모티브로 한 평면과 오브제 설치·조각 작품이 전시장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나뭇가지들과 기호화된 암각화 그림, 천정에서부터 내려오는 색색의 천으로 된 주련, 나무상자를 쌓아 올려 단을 만든 위에 올려진 불상, 인터뷰 영상과 조명이 만들어낸 과감하고 절제된 조형 형식이 신비로운 생명력을 자아내며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대구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2024 기억공작소Ⅲ 가가전 ‘무시무종(無始無終) :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가 오는 10월 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아리랑, 나무 시리즈 등 음양오행 사상을 기반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恨)을 즐거움과 밝음으로 해석해 온 김일환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가가’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가가’는 ‘그 사람이’ 또는 ‘그것이’ 또는 ‘그가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말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경상도 방언이다. 80년대 이후 민족의 풍습 등에 보이는 전통성과 향토성에 주목하고 이를 형상화하는 데 노력해 온 김 작가는 한때 음양오행 사상에도 심취한 바 있다. 특히 아리랑의 이미지를 당산나무에 접목해 새로운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나무’라는 하나의 소재 아래 가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대로부터 이어진 기원과 소망, 그리고 작업의 시작과 맞닿아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오랜 기간 ‘김일환’이라는 이름의 작가로 활동하며 그가 표현해 온 주제들은 우리 사회,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었다. 분해와 해체, 그리고 재조합이라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그가 탄생시킨 작품들은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것들, 특히 무속적인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었다.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을 조형적으로 어떻게 나의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던 그는 그간의 평면작업에서 한발 벗어난 설치작업으로 우리 고유의 무속신앙이 깃든 서낭당과 당산나무를 재해석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신목(神木)’이라는 제목의 당산나무 그림이 자리하고 그 옆으로 설치작품 ‘서낭당’이 자리한다. 길다란 천 조각들에 그려진 나무들이 모이고 겹쳐져 하나의 숲을 이룬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반야심경(般若心經), 천부경(天符經), 정선아리랑 등의 글을 담은 천과 오방천이 함께 걸리며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낭당 나무 아래 돌탑은 그가 즐겨 쓰는 나무를 재료로 한 나무탑으로 탄생시켰다. 요즘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나무 과일상자의 형태를 재현해 옛 향수를 재생시키고 친근한 조형미를 담았다. 담음이라는 본래의 쓰임이 사라진 나무 과일상자는 쓰임과 버림이라는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음을 암시하는 소재다.

봉산문화회관 안혜정 큐레이터는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고, 늘 새로운 것을 해보고자 하는 가가의 작업은 겉보기에는 항상 변화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연유와 작업의 기조가 늘 내재돼 있으며, 전시 제목인 ‘無始無終’처럼 시작도 끝도 없으며, 시작과 끝은 구분할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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