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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족은 고구려 후예” 여행·출장 땐 꼭 먀오·몽족촌 방문

홍성식기자
등록일 2024-07-23 19:09 게재일 2024-07-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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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자 윤기묵의 흥미로운 몽족 추적기

가장 먼저 독특한 이력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얼마 전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들꽃출판사 刊)를 쓴 윤기묵(63)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이학(理學·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을 통칭하는 단어) 석사 학위도 가졌다. 지금 하는 일도 역사 연구나 글쓰기와는 멀어 보인다. 그는 강원도에서 기계 사업과 식품 제조업,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늦은 나이인 마흔셋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후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이란 제목의 시집을 냈다. 역사에세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는 윤씨의 역사 관련 전작(前作). 이쯤 되면 우리가 흔하게 보는 고만고만한 사업가는 아닌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시인의 성정(性情)을 두루 갖추고, 거기에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면모까지 보이며 1인3역을 해내고 있으니.

 

최근 역사 에세이 ‘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 출간

사업가·시인·아마추어 역사학자까지, 다양한 분야 넘나들며 활동

668년 고구려 멸망 때 10만여명 유민 남방으로 이주, 먀오족 기원

중국·베트남 등 방문 땐 소수민족촌 방문, 고구려 유민 동질성 확인

△한국문단 중진 이승철 시인이 본 윤기묵은

 

사업가이자 시인,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윤기묵씨.
사업가이자 시인,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윤기묵씨.

‘다재다능’이라 불러도 무방한 윤기묵의 그간 행적과 정체성에 대해선 ‘역사의 파편’ 뒤표지에 실린 선배 시인 이승철의 문장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

“역사의식을 갖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시(詩)문학사를 살펴보더라도 신동엽,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윤기묵도 역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사의식을 중심에 두고 그간 출간된 시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쳐왔다. 결국 참된 시는 역사고, 역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주는 진실의 빛이 아닐까.”

이승철의 발문(跋文)을 읽고 다시 보니 윤기묵이 어째서 바쁜 사업의 와중에도 한국과 관련된 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어렴풋이 짐작된다.

윤기묵은 바이어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중국에 가면 꼭 먀오족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괴로울 것이 뻔한 독한 술임에도 베트남에 갈 때면 반드시 몽족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윤기묵은 이렇게 답한다.

“나는 고구려 음식도 모르고 술 맛도 모르지만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일 가능성이 높다기에 그들의 밥과 술을 조상의 음식인양 챙겨 먹었던 것”이라고.

어? 정말 그럴까.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화려한 의상의 몽족이 정말로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베트남 북부에 거주하는 대표적 소수민족인 흑몽족을 그린 작품.
베트남 북부에 거주하는 대표적 소수민족인 흑몽족을 그린 작품.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꼼꼼한 ‘몽족 탐구’

 

윤기묵에게 몽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한 책이 있다. 김인희가 2010년 출간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이 바로 그것. 그 책은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668년 고구려가 신라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이듬해인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그중 10만 명이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 먀오족의 기원이 됐다. 이후 명나라·청나라 시대에 들어서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동남아시아로 이주해 몽족이 됐다.”

김인희는 19가지의 증거를 들어가며 먀오족의 중심세력이 고구려 유민임을 증명했다는 게 윤기묵의 생각이다.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외에도 윤씨에게 역사적 영감과 정보를 제공한 책은 여럿이다.

유재현의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미국 예일대 제임스 스콧 교수의 저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AP통신 기자로 활동한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 등.

윤기묵의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는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담과 아시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은 몽족의 역사, 여기에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몽족의 이야기까지를 다채롭게 담았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행복한 독서 체험을 했다는 게 기자의 독후감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불가피한 이유로 도시에 남은 사람이라면 윤기묵과 함께 ‘몽족의 역사’를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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