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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고 이색적인 포구다방 시화전

등록일 2024-07-23 18:18 게재일 2024-07-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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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한적하던 어촌의 한 켠이 분주해졌다. 야트막한 처마 밑에 제비집이 지어진 어느 작은 다방 안팎으로 사람들이 오가며 물건을 나르고, 칸막이와 현수막을 설치하며 작품을 내거는 등 각자의 역할분담으로 어떤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재바른 몸짓과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리저리 옮기고 작품을 배치하며 조정하는 일들이 순식간에 이뤄져, 다방의 실내는 금세 멋진 미니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이름하여 ‘포구(浦口) 다방-모두의 어촌여행’이란 주제로 항구 주변에서 열리는 시화전의 준비작업이다.

전시장이나 갤러리가 아닌 다방에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이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그것도 발길 뜸하고 비좁은 ‘옛날식 다방’에서 빼곡하게 쓰여 지고 그림까지 그려진 시화전이라니? 모종의 우려와 설마 속에 진행되는 이색적인 포구다방 시화전은,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에 소소한 볼거리와 숨겨진 스토리를 낳으며 잔잔하면서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듯하다.

도시나 농어촌을 막론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시며 다담(茶談)을 나누고 휴식하는 가운데, 눈 앞에 보이는 작품을 부담없이 감상할 기회가 생긴다면 색다르고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지역의 자연경관을 노래하고 짭조름한 삶의 얘기나 처해진 현실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다면 한결 구미가(?) 당겨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사람들이 동네다방으로 모여들어 다향(茶香) 속에 살아가는 얘기나 신세타령을 듣고 나누다가 바로 곁의 시화작품을 눈요기로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정겹고 이색적인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컨셉으로 어촌다방 시화전이 기획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출어(出漁)의 감소, 삭막해져가는 어촌마을의 현실과 공통의 문제를 다루면서 지역의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공존과 상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의 주제가 담긴 시와 시조를 시화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쇠퇴해가는 어촌마을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불어넣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경북문화재단 예술거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포구다방’ 시화전은 경상북도 권역 별 특색있는 공연·전시 및 네트워크 형성을 기획·운영·지원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참여형 단체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재단에서 제시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거점단체에서 전시프로그램을 총괄기획·추진하게 되며, 2권역에 속하는 포항·영덕·울진에서는 이번에 두번째로 ‘포구다방’을 테마로 시화전을 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2권역의 3개 단체(한국문협 영덕지부·맥시조문학회·진심문학회)가 7월 20~30일까지 천혜의 아름다운 축산항 한 켠의 ‘그야말로 옛날식’ 고려다방에서 합동으로 출품한 시와 시조를 서예·캘리그라피·디자인을 곁들여 족자·부채·판넬·실사출력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만든 작품 40여 점을 아기자기하게 선보이고 있다. 축산항 개항 100주년의 또 다른 세리머니(?)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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