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 교수와 함께하는 ‘세계영상포럼’
‘세계영상포럼’은 이상빈 불문학 박사가 소장하고 있던 세계 뮤지컬과 음악 공연 등의 귀한 DVD영상을 공유하는 자리로 그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로 재직할 당시 포스텍 학생회관 음악감상실에서 ‘포스텍 영상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행사다. 함께 감상하는 유명한 뮤지컬의 초연작이나 기념공연 영상들은 그가 세계 각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에 걸쳐 수집해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혼자만 보며 즐기기에 너무 귀한 영상들이니 많은 사람과 공유함이 어떻겠냐는 지인들의 권유로 시작된 이 모임은 학생은 물론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다. 2017년 10월 17일 프랑스 연극 ‘제방의 북소리’를 시작으로 지난 6월 ‘엘레니 카라인드루 아테네 공연’ 영상까지 47회째 이어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SF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La Plan<00E8>te sauvage)’이다. 이는 1973년 프랑스와 체코가 공동으로 제작하여 개봉한 것으로 오늘날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SF소설가 스테판 울의 ‘옴 시리즈(Oms en s<00E9>rie)’ 소설이 원작이며 개그나 캐리커처가 아닌 주제를 다룬 프랑스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연필로 먼저 각 장면을 그린 후 당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낯설던 파스텔 색조를 입혀 총 1073개 장면을 만들어냈는데, 3년 반 동안 25명이 공동 작업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공연’, ‘오페라 유령 25주년 기념공연’, ‘미스사이공 25주년 기념공연’등을 통해서는 실제 공연만큼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헉! 하는 순간 멈춤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시간을 쇼펜하우어는 무(無), 즉 空(공·해탈)이라 했으니 영상을 보며 뇌가 힐링하는 그 시간만큼은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누린다.
이상빈 박사의 포스텍 퇴직과 함께 영상포럼 행사도 막을 내리려 했지만 이를 아끼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으자 그도 흔쾌히 허락하여 현재 포항 ‘미르아트센터’에서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빈틈없는 자료 준비와 영상이 시작되기 전 작품에 대한 알찬 강의는 영상에 더 몰입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제45회부터 두 차례에 걸친 ‘홀로코스트 이해하기: 역사, 예술, 그리고 영화’ 강좌를 통해 접한 영상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반(反)하듯 지금도 세계는 전쟁과 기아에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이상빈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미학적 접근을 주제로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포항 사람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세계영상포럼을 위해 기꺼이 한 달에 한번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와 지역문화를 더 알차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고급스러운 행사를 지방에서 즐길 수 있다는 행복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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