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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의 날’ 제정의 의미

등록일 2024-07-16 18:43 게재일 2024-07-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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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장마의 영향으로 중남부 곳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시름을 겪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주말쯤 다시 비를 뿌릴 예보라니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 또는 천재지변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많아도,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순탄하고 무난한 삶이 이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슬픔과 어려움은 그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현상이나 인간사회에서는 풍파나 시련의 엄습을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가급적이면 피해를 막고 아픔을 줄이는 지혜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의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의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不經一事 不長一 智)는 가르침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며 기억과 기록으로 남기는 가운데 또 다른 지혜와 슬기로움이 자라날 것이다. 그렇기에 기억하고 기록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월이 주야장천 흐르면 삶의 자취며 생각의 잔상까지도 시간의 모래밭에 묻히고 스러지며 점차 잊혀지게 되겠지만, 무엇인가를 기록으로 남기고 기억으로 뇌리에 채워 놓으면 쉽사리 소멸되거나 잊혀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아름다운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해두고 기억을 하며 마음 속에 내내 간직하게 된다. 그것을 달리 말해 기념(紀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잊지 않고 기념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생일이나 졸업, 입사를 기념하고 결혼이나 성공, 퇴임을 기념한다는 것은 그만큼 뜻있고 소중하며 가슴에 되새겨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사연을 인지하고 축원하며 기억해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기억하고 기념하는 의식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친밀해지고 깊어지며, 표현이나 기록을 통해 감동과 감사의 정을 격의없이 나누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지난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고, 기념식과 다양한 부대 행사를 개최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며 환영할 일로 여겨진다. 철천지원수 같은 북녘땅에서의 질곡을 벗어나 꿈에서나마 그리던 자유의 땅을 밟았지만, 새로운 터전에서의 정착생활이 녹록지 않고 제도적인 지원책 등의 미흡함으로 처우가 미약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의 포용과 정착지원을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주문함에 따라 관련규정의 제정 추진으로 마침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매년 7월 14일은 통일부 주관으로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권익을 향상시키며, 남북 주민 간 통합문화를 형성해 통일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날로 기념할 계획이라 한다. 이날을 통해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북한이탈주민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의 조성과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비전을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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