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푸른색 화분 속에 깃든 時空, 우주 이치로 풀어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7-14 18:55 게재일 2024-07-15 14면
스크랩버튼
전시리뷰 2024 유리상자-아트스타Ⅲ 허태원전<br/>‘도시의 블루스_봉산’ 테마로<br/>옛 미국 흑인들 향수·애환 투영<br/><br/>작가 시내 돌며 파란 화분 수집<br/>푸른 이미지 통해 삶·예술 소통<br/><br/>10여년간 푸른색 화분에 천착<br/>현대사회 속성·삶의 모습 표현
‘허태원전-도시의 블루스_봉산’전 모습.  /대구 봉산문화회관 제공
‘허태원전-도시의 블루스_봉산’전 모습. /대구 봉산문화회관 제공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2층에 있는 아트스페이스를 활용한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 ‘2024 유리상자 아트스타’ 세 번째 전시인 ‘허태원전-도시의 블루스_봉산’을 열고 있다.

유리상자 아트스타는 봉산문화회관이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신진작가를 발굴·육성하는 특별 프로그램으로서 지난 2008년부터 18년째 개최해 오고 있다. 특히 아트스페이스는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돼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한 장소적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회화를 전공한 허태원 작가의 화분 설치 작업 ‘도시의 블루스_봉산’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의 제목에 들어가는 ‘블루스(Blues)’는 노예가 돼 강제로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들이 아프리카 음악과 유럽 음악을 접목해 만든 음악을 의미하는 한편, 색상 블루(Blue)의 복수형으로 표현된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푸른색을 뜻하는 Blue는 복수형(-s)을 쓸 수 없지만, 여럿의 푸른색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작가는 ‘블루스(Blues)’라고 명명했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봉산동, 대봉동, 신천동 일대를 다니며 푸른색 화분들을 수집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눈여겨봐야 찾을 수 있는 푸른색 화분들은 때론 낡고 부서지고 퇴색되어 버려진 모습을 하고, 때론 주인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채소나 꽃들이 잘 가꿔진 모습을 하기도 한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작가에게 푸른색 화분은 끊임없이 이주하며 사는 사람들의 정착 욕망이 담겨 있는 대상이자,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그 이면의 다양한 ‘블루들(Blues)’을 모으고,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삶과 예술을 소통시키고자 한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집한 푸른색 화분들, 화분의 표면을 표현한 작가의 푸른색 그림과 함께 사전 워크숍 참여자들의 푸른색 그림이 아트스페이스에 설치돼 완성됐다. 가족과 즐거웠던 한때, 파란 하늘, 내가 좋아하는 것 등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참여자들의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 설치돼 분위기를 전환하며 각자의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봉산문화회관 안혜정 큐레이터는 “Blue를 뜻하는 우리말로 파란색, 푸른색, 파랗다, 퍼렇다, 시퍼렇다,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푸르스레하다 등 다양한 표현이 있듯이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각자 삶의 모습들도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삶과 모습은 어떤 색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고 전했다.

미술평론가인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푸르디푸른 화분의 총체 예술’ 평론에서 “허태원은 10여 년 동안 푸른 화분에 천착해 왔다. ‘고무 다라이’처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쉽게 깨지거나 바스러지지 않는 ‘고무 화분’은 현대사회의 속성을 담고 있다”면서 “허태원이 발견해 낸 푸른 화분 이미지 속에는 우주의 이치가 담겨 있다. 푸른 고무 화분에서 시공을 읽어내는 허태원의 작업은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서의 우주’를 꿈꾼다”고 적었다.

허태원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대학원 Painting & Drawing 석사 졸업, 홍익대,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 박사를 졸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