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번째 ‘古都’고령군
최근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
지난 3일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알렸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역사 향기 가득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
기존 4개의 고도인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을 대상으로 고도 지정을 통한 지역적 파급효과와 관련된 지표를 분석해보면 지역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가 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고도 지정은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관광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방문객 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이를 감안해 그간 고령은 대가야읍 시가지의 고도 지정을 열망해왔다.
이미 지정된 4개의 고도에 이어 고령군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2004년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공주·부여·익산에 이어 20년 만에 지정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주민 지원 본격 추진
생산유발 96억·부가가치유발효과 43억 전망
올해 관광객 73만 여명 내년엔 113만 명 추산
◇고령군 고도 지정의 경제적 효과는...
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고도로 지정된 도시들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보는 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은 한옥 건축, 전통 담장 축조, 가로변 외관 정비사업 등에 540억 원이 지원됐다. 현재까지 관련된 추진 사업의 숫자는 700건에 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주의 사업 건수가 256건(36.6%)으로 가장 많고, 경주는 157건(22.4%), 부여가 154건(22.0%), 익산이 133건(19.0%)이다.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 가운데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된 주요 사업으로는 고도 내 주요 역사문화 탐방거점을 명소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예로 경주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주거 및 가로환경개선사업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탐방객이 2016년부터 매년 10~20%씩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지역 활력 증진의 전환점을 마련함으로써 고도 보존육성사업에 대한 주민인식 개선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3개의 고도는 한옥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부여 쌍북리, 공주 제민천변과 백미고을, 익산 금마지역 등이 명소화되면서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 형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광객 증가에 큰 역할 해낸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과 2016년을 기점으로 고령군 이전에 지정된 4개 고도 모두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 경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발로 인해 2017년엔 감소했으나, 2018년과 2019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 2018년, 2019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여군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 또한 2016년엔 이전과 대비해 대폭 늘었고, 2017년, 2018년, 2019년에는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익산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3년~2019년까지의 증감률을 살폈을 때 약 11%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발생할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4개 고도를 대상으로 고도 지정 이후 얻게된 관광객 수와 방문 시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2019년을 기준으로 4개 고도의 관광객 수에 대한 증가율은 42.6%이며,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은 15.4%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고령군의 최근 4년간 방문자 변화 추이도 검토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고령의 평균 방문객 수는 약 70만6000명으로 확인된다. 고령군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한 경비는 1인 평균 약 28만4990원. 이중 식음료비 지출이 8만3072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숙박비 6만4890원, 교통비 5만1932원 순이었다.
◇고도 지정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 효과
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해 기존 4개 고도 중 공주의 고도보존육성사업 국고보조금 사례를 참고했다.
공주가 고령의 고도 역사문화환경 지정지구 특성(면적, 지정 형태, 지정 공간)과 유사하기 때문. 그러니,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규모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시행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공주의 평균 국고보조금인 약 51억 원을 대상 금액으로 설정한 고령군은 2021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발생되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를 산정하고자 했다.
고도보존육성사업 시행으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은 제조업과 건설업 , 서비스업, 정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토를 진행한 결과 고령군의 고도 지정 및 사업 추진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
고령군이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9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43억 원으로 총 139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약 513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 증가와 고용 기회 확장에 따른 수입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추가적인 국비 지원에 따른 지역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진행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활용 콘텐츠 연구에 의하면 고령군 방문 관광객은 67만3000여 명, 올해는 73만8388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더 늘어나 11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고령군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 “우리 군이 대가야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
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 추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한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군수는 “고도 지정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지정지구를 설정하는 것이다. 몇 가지 복안이 있는데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논의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안으로 지정지구를 설정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고령군이 TF팀을 구성해 발굴해 낼 대표적 사업으로는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으로 알려졌다.
/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