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방소멸 해결 묘수찾기 ‘광역 협력’으로 통했다

단정민 수습기자
등록일 2024-06-23 20:05 게재일 2024-06-24 3면
스크랩버튼
가속페달 밟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br/>‘공개 제안’ 신호탄 먼저 쏜 洪 시장에<br/> 李 지사 “수도권 일극체제 막자” 화답  <br/> 첫 4자회담서 ‘2026년 7월 출범’ 공감<br/>올해안 특별법 제정 등 절차이행 합의

대구·경북 통합의 첫 신호탄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쏘아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17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급물살을 탔다.

홍 시장은 이날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모임에서 “2006년에 중국 청두시를 방문했다. 그때와 달리 18년 만에 방문한 청두시는 인구 2500만의 도시가 됐다.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대구와 경북도 통합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통합에 착안한 이유를 밝혔다.

그간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신공항, 달빛철도 건설 등 대구·경북 공통 현안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광역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철우 지사는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정체돼 있고,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며 “대구와 경북이 통합해야 발전한다고 늘 주장했고, 우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닌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다 통합해야 수도권 일극 체제를 막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8일 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 경북이 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 기관들도 통폐합되고,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지방행정 체제 개편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2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간부회의에서 “대구·경북 통합이 완료돼 대구직할시가 된다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될 것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서울, 대구의 양대 구도로 지방행정이 전환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기획조정실장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해 이철우 경북지사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2년 뒤 한 사람의 대구직할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도 같은 날 도청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 실현을 위해 대구·경북 태스크포스(TF)와 중앙정부 범부처 TF의 투트랙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 6월 4일엔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관련 단체장 등이 모여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첫 4자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직후인 7월 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이행하기로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는 지난 11일 경북도와의 행정통합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을 신설했으며 지난 17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돼 정체된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래된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대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해외 통합 사례

 

주민 투표과정 없이 추진 ‘마창진’

인구감소·재정난 등 난제 수두룩

하남·성남·광주 성남권은 수포로

美, 40여개 통합 자치단체 운영중

日도 100년 걸쳐 7만 여→ 1718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과거 국내 지방행정 통합과 해외 행정통합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행정구역 자율 통합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마산·창원·진해 이른바 ‘마창진’은 가장 높은 지지율로 2009년 통합 대상으로 확정됐다. 의견 수렴 절차인 주민 투표는 거치지 않았다. 통합과정은 순조로웠지만 통합 후의 상황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창원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회복지비가 급증하고, 재정 자립도는 하락했으며, 가용예산도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 청원은 무려 네 번의 시도 끝에 2014년 7월 통합시로 출범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통합사례로 남아 있다. 청원지역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중심을 둔 상생발전 방안은 5개 분야 39개 항목 75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

반면 2009년 하남·성남·광주를 통합하려던 성남권 행정구역 통합시도는 ‘지역 여론을 무시한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포로 돌아갔다

해외 각국에서도 행정을 효율화하고 재정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구역간 통합시도는 꾸준히 시도됐다.

미국의 경우 1809년 카운티-시티 통합이 시작된 이후 현재 40여 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1년 1개의 광역 자치단체와 그 안에 있던 기초 자치단체를 통합하면서 기초 자치단체의 지위를 없애고 단층제(광역·기초 자치단체가 합쳐짐)로 개편했다.

이외에도 스위스, 뉴질랜드,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정 도시 통합을 진행해 왔다.

일본은 100년에 걸쳐 3번의 대합병(메이지, 쇼와, 헤이세이)을 통해 시·정·촌의 수를 7만여 개에서 1718개로 줄였다.

/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