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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이 피었습니다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6-18 20:00 게재일 2024-06-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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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꽃이 가장 많이 피는 여름<br/>메밀꽃·수국·라벤더 등 활짝 미소 지어
6월의 꽃 보랏빛 라벤더가 동해 무릉별유천지 골짜기에 가득하다.
사계절 중에 언제 꽃이 가장 많이 필까? 많은 사람이 벚꽃이나 진달래 피는 봄이라고 생각한다. 식물학자에게 질문했더니 봄이 아닌 여름이라고 했다. 우리 주위에도 많이 피지만 숲에는 여름에 온갖 꽃이 경쟁하다시피 핀다고 한다.

여름이 시작하면 꽃이 피고, 여름이 끝나면 지는 접시꽃이 포문을 열었다. 6월에 시작해 8월 하순까지 길게 동네 어귀를 밝힌다. 산딸나무는 원래 산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 가로수로 많이 쓰여 하얗게 거리를 장식한다. 하늘을 보며 활짝 미소 짓는 얼굴이다.


6월 산에 오르면 별 같은 꽃이 달랑거리는 게 때죽나무다. 꽃잎이 다섯 개인 꽃은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 나무 아래에서 꽃을 보면 꽃술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지면 발밑이 온통 별밭이다. 도음산에 군락지가 있다. 약용 식물인 치자는 꽃 모양이 약간씩 다르다. 어떤 꽃은 장미와 비슷하고, 어떤 꽃은 재스민과 닮았다. 인동꽃은 처음에는 하얀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는 특이한 꽃이다. 진하지 않지만, 보랏빛을 내는 꽃 비비추, 벽을 타는 주황빛 능소화, 잎을 보면 팔손이처럼 생긴 아주까리의 꽃도 6월에 핀다. 포항에 군락지가 있는 모감주도 피는 중이다.


봄에 유채꽃 가득하던 호미곶에 지금은 메밀꽃이 십만 평 가득하다. 평일 오전에 찾아가면 바람도 선선히 불어와 돌아보기 좋은 날씨일 뿐만 아니라, 찾는 이가 적어 너른 들이 온통 내 것인 듯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산책로 사이사이 납작하게 엎드린 갯메꽃이 연분홍 나팔을 힘껏 불며 피어났다. 한 귀퉁이에 해바라기가 키를 높이느라 6월 햇살을 즐긴다.


6월은 수국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휴애리 여름 수국 축제, 유구 색동 수국정원 꽃축제, 공주 수국 축제, 울산 장생포 수국 축제, 부산 태종사 수국 축제, 해남, 태안 수국 축제, 신안군의 섬 수국 축제, 통영까지 가장 많은 곳에서 열리며 사랑받는 꽃이다.


6월 축제 중에 눈이 제일 황홀한 것은 보랏빛 꽃축제이다. 동해 무릉별유천지에 라벤더 축제가 한창이라 찾아갔다. 6월 8~24일까지 열린다. 입구에 손님을 태우는 버스부터 보라색, 버스가 오가는 아스팔트에도 보라색 차선을 그렸다. 산책로의 담장도, 안내원 유니폼도, 파라솔 밑에 탁자도 온통 보라보라였다. 축제에 걸맞는 컨셉이다.


돌을 채광하던 골짜기 5500평 규모에 만 그루 이상의 라벤더를 심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키오스크 앞으로 몰렸다. 손목에 보라색 팔찌를 받아 버스를 기다렸다. 입구에서 꽃밭까지 셔틀버스의 운행 간격이 짧아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 축제의 진행이 매끄러웠다. 버블, 마술 등 지역 동아리 공연과 보라 콘서트도 열리고, 꽃밭에서 보물찾기도 했다. 보라색 꽃밭에서 열리는 요가 시연은 특이한 볼거리라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라벤더 사생대회와 플리마켓은 구경거리였고, 스카이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소리는 바라보는 이도 스릴 만점이었다. 알파인코스터, 루지, 집라인은 보라색 꽃밭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먹을거리와 곳곳에 놓인 쉼터와 파라솔 덕분에 만 보 이상 걷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 운영 시작할 때 방문한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관람을 마치고 나올 무렵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졌다. 운영진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고, 찾는 이는 지루할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따가운 햇살을 대비해 우산을 들고 가면 여름꽃을 조금 더 즐거운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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